신경진, 〈Gray Hive〉, 2013, 퍼포먼스 비디오, 5분 © 신경진

〈Gray Hive〉은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사진으로 구성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로, 서로 이질적인 두 체계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기술의 진보를 통해 영원한 젊음을 추구해왔으며, 그 결과 기대수명은 백 세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행복이 수명의 연장에 비례하여 증가하는지는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할 때 첨단기술의 유토피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노년의 고립이라는 보다 직접적이고 절실한 현실을 종종 간과한다.

신경진은 독거노인의 삶과 꿀벌의 생태를 결합함으로써 하나의 가상적 공간을 구축한다. 벌이 밀랍을 분비하여 벌집을 짓는 것처럼, 노인들은 노화로 인한 신체적 쇠퇴 속에서 변화된 세계를 살아간다. 가정의 실루엣과 벌집 구조를 결합한 이 작업은 일상적이고 과학적인 반복이 어떻게 폐쇄적이고 침투 불가능한 안식처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퍼포먼스 비디오에서 한 노인은 매일 밀랍 동전을 배급받고, 이를 녹여 주변의 벽에 바르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경계를 점차 두껍게 만든다. 이러한 순환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질서와 규칙이 결국에는 족쇄가 되어버리는 ‘강요된 여가(forced leisure)’의 역설을 반영한다. 이 블랙코미디는 관객을 공감과 부조리 사이의 불편한 지점에 머물게 한다.

그렇게 형성된 벌집은 산업 재료로 지어졌지만 기묘하게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미래의 판자촌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미학적 충돌은 거리두기 장치로 기능하며, 퍼포먼스를 허구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프레이밍한다. 미니멀한 음악과 함께 반복되는 움직임은 규칙성을 만들어내며, 동시에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