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 〈비너스 흉내내기〉, 2011, 퍼포먼스 비디오, 5분 13초 © Gyung Jin Shin

〈비너스 흉내내기〉는 퍼포먼스 비디오와 조각 설치로 구성된 프로젝트로, 신경진 자신의 신체를 측정하여 비너스 조각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1751년 프랑스 조각가 니콜라 마리 가토(Nicolas-Marie Gatteaux)가 처음 개발한 장치를 기반으로 한 로테크 포인팅 머신(pointing machine)을 사용했다.

포인팅 머신은 조각가와 석공이 석고, 점토, 혹은 밀랍 모형을 돌이나 나무로 정확하게 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측정 장치이다. 신경진은 이 장치를 자신의 신체를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변형해 사용한다.

퍼포먼스 비디오에서 작가는 장치 안으로 들어가 〈비너스 칼리피게〉, 〈웅크린 비너스〉, 〈카푸아의 비너스〉와 같은 고전 그리스의 비너스 조각들의 자세를 모방한다. 조수는 작가의 몸 위 임의의 지점들에 측정 막대를 위치시킨다. 작가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 과정은 오히려 정확한 측정을 방해한다. 이후 신경진은 각 지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몰드를 제작한 뒤 석고로 비너스를 주조한다.

그렇게 탄생한 조각은 더 이상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라 기이한 형상의 조각이 된다. 작가는 인간 신체가 지닌 특수성과 우연성을 가변적인 요소로 삼아 남성 중심의 전통적 미학과 이상적인 여성 신체라는 규범으로부터 상징적인 일탈과 변화를 시도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