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yung Kim, The Speed of Sensation, 2022, Oil and acrylic on canvas, 72.7x72.7cm © Bokyung Kim

미디어 시대, 디지털 세대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요즘이다. ‘미디어’라는 기술적 매개체가 인간의 지각방식이나 인식의 형태를 바꾸어 놓는 환경에 노출된 우리는 기술을 도구적 쓰임이 아니라 기술-미디어에 “적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모든 미디어는 우리 자신의 확장이며, 새로운 기술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도입되는 새로운 척도(尺度)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채로운 형태의 미디어 속에서 확장된 자신의 윤곽을 고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술과 작가 개개인의 궁극적인 융화를 바라는 신념을 찾아볼 수 있다.

김보경은 미디어 속 이미지가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순간과 무작위하고 비정형한 형태들 속의 조화와 균형을 작품에 내포한다. 작가가 보는 이미지는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순간’을 분리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말한다. 선택의 순간에 따른 집합체는 우리가 가진 감각에 따라 왜곡되기도, 대체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감각의 잠재의식 즉, 무의식 속에서도 스스로의 질서 회복을 위한 조화와 균형을 개인의 정체성에 따라 형성한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개개인이 가진 감각과 내적 의외성을 발견하고 마주하기를 기대한다.

말로가 작업하는 캐릭터는 부정교합이라는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광고, 사진 등에 쓰이는 미디어가 사적인 이상상(理想像)에서 포장된 전제적 이미지의 일반화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부정교합을 가진 캐릭터는 외형적인 다름이 개인의 고유한 개성이라 여기고 밝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기훈은 미디어 속 흔히 접할 수 있는 애니매이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예수, 성모, 혹은 군인과 같은 오브제로 작품을 구성한다. 각 오브제는 은유적 의미를 내포하는데 예를 들어, 미키마우스와 같은 애니매이션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착각과 왜곡을, 예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천사와 같은 종교적인 오브제는 이중적인 기준을 상징한다. 언어는 우리가 속한 모든 환경과 경험을 재빨리 분류할 수 있는 일종의 정보 검색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에 학습된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은유적 감각은 개인이 습득한 언어습관을 통해 기억의 착각과 왜곡을 발생시키고, 현재를 재구성한다. 작가는 작품에 ‘언어. 착각. 현재’라는 간극에 오브제를 채워넣어 ‘사실에 가장 가까운 착각’으로 재구성한다.

이지훈은 기술 혁신이 우리의 마음 속으로 다가오는 불안감과 폭력의 명확한 특질을 이해하고 있다. 작품에 ‘중간 조각’이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기술에 따른 디지털 환경에 대한 집합적인 압력과 자극에 대항하고, 또는 중화(中和)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그의 작업의 물리적 장치는 미세한 기계음, 서늘한 바람,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조도의 빛 등을 통해 위압, 압도, 불편함, 낯섦, 경외감 등과 같은 모순된 감정의 동요와 감각의 균열을 전달한다. 동시에 우리가 새로운 기술 혁명의 타격으로 의식 작용이 마비되어 버리기 전에 미세한 감각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과 같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확장이다. 미디어와 기술 혁신의 영향에 대해 착실하게 아무런 저항 없이 감각의 비율 혹은 지각의 기준을 바꾸어 가는 내부확장(implosion)이 필요한 때는 아닐까.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