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률, 〈A Meeting Place〉, 2017, 캔버스에 유채, 종이에 유채, 캔버스 롤에 유채, 포장된 회화, 세라믹, 나무, 스폰지, 석고, 테이프, 오렌지, 아크릴관, 클레이, 장난감, 나무 프레임, 가변크기 © 박경률

박경률은 다양한 이미지 기호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콜라쥬하고, 이들이 화면 안에서 구성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무의식의 영역을 탐구해왔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 관객이 내러티브를 받아들이는 지점의 괴리를 경험하게 되면서 점차 내러티브 자체보다 그것을 결정짓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전형적인 회화에서 벗어나는 형식 실험은 2차원의 회화를 3차원으로 확장하는 ‘조각적 회화’라는 작가만의 작업방식으로 선보여지며,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경률, 〈예쁜 얼굴〉, 2018, 캔버스에 유채, 종이에 유채, 포장된 회화, 세라믹, 석고, 테이프, 오렌지, 좌대, 실에 스프레이, 클레이, 나무봉, 가변크기 © 박경률

본 전시에서 박경률은 최근 몇 년간 진행 중인 ‘On evenness’ 시리즈의 기존작 및 신작을 통해 회화의 영역을 설치까지 확장한 조각적 회화 3점을 선보인다. 조각적 회화란 ‘외부적 요인-이미지의 위치와 구성, 형태의 틀-이 직관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성과 배치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내러티브를 발생시키는 작가의 회화 제작 방식’을 말한다.

먼저, 작가의 작업에서 특정한 형상들이나 직관적으로 그은 한 번의 붓질 등 모든 그림 속의 요소들은 각각 2차원 평면 곳곳에 놓인 하나의 오브제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완성하는 하나의 그림(캔버스)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오브제가 되어, 세라믹, 나무조각, 과일, 면천, 석고 등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3차원 공간에 한 번 더 놓이고, 특정한 배열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오브제들과 함께 놓인 크고 작은 회화 작품들 여러 점에 마지막으로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작업을 더하면 작업이 완성된다. 이렇게 두 번의 위치하기와 구성하기(configuration)를 통한 회화설치에서 확장된 내러티브는 그림 속 대상이 전달하는 의미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관객들의 전형적인 ‘읽는 행위’에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경률, 〈제목미정〉, 2018, 캔버스에 유채, 종이에 유채, 세라믹, 가변크기 © 박경률

〈A Meeting Place〉(2017)는 회화를 보는 구조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작업으로, 이처럼 그림이 걸리고, 오브제가 놓이고, 관람객들이 작품명을 읽으며 작품의 내러티브를 유추하는 곳, 즉 그림을 보는 것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예쁜 얼굴〉(2018)과 〈제목미정〉(2018)은 〈A Meeting Place〉에 종속되는 성격의 작품들로,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내러티브에 대한 실험이다.

〈제목미정〉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미완의 내러티브의 상태를 나타내는 제목으로, 〈예쁜 얼굴〉이라는 표면적인 작품명과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이처럼 〈제목미정〉이라는 모호한 작품명과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확한 작품명인 〈예쁜 얼굴〉을 통해 작품명에 따라 관람객이 비슷한 설치작업을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지를 관찰하고자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