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UITE》 (G Gallery, 2022) © Lee Mijung

G Gallery는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24일까지 이미정 작가의 개인전 《SUIT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미정은 신작 ‘Striking feature(s)’ 시리즈를 선보인다. ‘눈에 띄는 이목구비(들)’이라는 제목처럼, 얼굴의 구성요소를 짧고 굵은 선들로 이루어진 벡터 드로잉을 토대로 배너, 우드피스 등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하며, 동시대에 통용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이미정 작가는 우리 생활을 둘러싼 시각 요소를 분석 및 재조합하여 자작나무 패널에 회화적 평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동시대 실내 인테리어를 이루는 벽면과 가구 및 소품에서 두드러지는 형태와 이미지를 차용하고, 물성으로 나타나는 사물의 기능과 디자인 요소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번역한 작품들을 선보인 개인전 《Sandwich Times》(송은 아트큐브, 2020)를 들 수 있다. 

이미정은 집을 꾸미고 사물을 사용하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관심도 작업의 맥락으로 이어왔다. 다리의 기능을 강조하여 도식적으로 형태화한 판재 위에 페인팅하고, 이를 다시 입체적으로 조합해 완성한 〈Take the same pose〉(2017)가 있다. 뇌, 치아 등을 D.I.Y 가구의 부품과 병치하며, 신체의 부분을 고유한 기능을 가진 독립된 개체로 시각화한 〈Combination Body ((effect))〉(2019)도 참고할 수 있다.

이처럼 이미정은 일상의 시각적 · 미적 요소를 회화적 평면으로 만들고 이를 ‘입체적으로 조합’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작업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작가는 작품의 구성요소를 평면적으로 배열해 제시하고, 감상자가 평면의 피스들을 시각적으로 지각한 후, 머릿속에서 조합하는 과정을 거치는, 즉 공간 지각적 상상을 이끄는 작업을 여럿 보여주며, ‘조합’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스위트(suite)’다. 스위트는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된 스위트룸, 가구 세트, 교향곡 등을 일컫는 단어로, 복수의 구성요소가 하나의 전체, 즉 ‘스위트’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미정의 신작 ‘Striking feature(s)’ 시리즈는 실내 전시 공간에 설치된 벽면 시트 드로잉 〈Striking feature(s)_wall drawing〉과 〈Striking feature(s)_eye_01〉 등의 우드피스, 대로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린 12가지의 배너 작업 〈Striking feature(s)_public banner〉 등으로 구성돼, 작품들의 전체가 하나의 《SUITE》를 이룬다.


Lee Mijung, Striking feature(s)_SUITE_01-01_w.d, 2022,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birch plywood, adhesive vinyl, 134.5x255.5cm © Lee Mijung

작품의 제작 방식 역시 전시 제목을 설명한다. 이미정은 벡터 드로잉을 기반으로 조합과 접합이 생성하는 변주를 ‘Striking feature(s)’ 시리즈로 포괄하며 스위트를 만들어간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미정의 이전 작업의 흐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작품의 구성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형성한다. 또한 개별 작품을 중첩하여 서로 다른 두 개의 작품을 하나의 스위트로 변형한다. 벽면 시트 드로잉에 물리적 레이어를 적용해 우드 피스를 중첩하는 형식에서 볼 수 있다. 

‘얼굴’도 이목구비라는 구성요소가 하나의 단일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스위트다. 이번 전시에서 이미정은 자신의 조형 언어와 일상적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얼굴로 가져온다. 최근 우리의 얼굴은 손 안의 디바이스를 통해 평면적이고 부분적으로 떠다니는 이미지로 비춰진다.

스마트 디바이스는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거쳐 이미지를 평면적이고 파편적으로 띄워 올린다. 이미정은 디바이스를 통해 클로즈업되거나 왜곡된 형태로 비춰지는 얼굴의 구성요소에 익숙해진 자신의 시지각적 감각을 참조하여, 동시대에 통용되며 합의되는 미적 기준을 관찰한다. 이를 온라인상에 떠도는 익명의 이목구비 이미지, 예를 들면 커다란 눈과 굴곡진 코, 각진 턱의 이미지 등을 굵은 선 안에 머물게 하거나 재조합하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미적 기준을 우회한다. 

이번 시리즈의 기반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인 벡터 드로잉은 얼굴 구성요소를 비정형적인 짧은 스트로크를 드로잉 라인으로 사용하여, 굵은 선 내부에 각각의 얼굴 부분 이미지에 담긴 저마다의 생김새를 담는다. 우드 피스와 배너 작업에는 눈동자, 피부, 머리카락 등에 단순화된 색상을 삽입해 평면적인 공간을 분할하며 이목구비를 두드러지게 한다. 시점은 다양하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입체적인 얼굴의 구성요소를 정면과 측면의 구분 없이 평면적으로 자유롭게 접합한다. 

이렇게 표현된 이목구비 사이에 이미정은 메이크업 브러쉬, 퍼프, 면봉 등의 ‘뷰티도구’를 배치해 얼굴과 얼굴 사이를 잇고, 다각도의 이목구비를 하나의 이미지로 펼친다. 물리적인 ‘나’의 바깥에서 떠도는 ‘나의 이미지’는 작가의 임의적 선택과 조형적 번역을 거쳐서, 거대한 벽을 가득 채운 집합적 얼굴을 한 하나의 ‘형상(figure)’으로 떠오른다. 이 형상 안에서 사람들은 엇갈리고, 마주치고, 기댄다. 우리는 《SUITE》를 보며 나를 이루는 것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