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과 무언가를 찾기 위해 흔적을 추적하는 일, 이 두 가지 인간의 활동을 혼동하는 데서 현대 사회에 만연한 과학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시작된다. 둘을 가르는 선은 생각보다 희미하다. 새벽에 사냥한 영양과 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영양의 신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 경계는 다공성이다. 신화는 과학을 길러내고, 과학은 다시 신화를 길러낸다. 그러나 지식의 가치는 여전히 남는다. 영양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먹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사이먼 카넬·에리카 세그레 번역, 리버헤드 북스, 뉴욕, 2016
신화는 헤아릴 수 없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역설적인 것으로부터, 다시 말해 통제할 수 없는 현실로부터 탄생한다. 신화란 “어떤 민족의 세계관을 드러내거나 관습, 믿음,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전승되는, 역사적 사건처럼 여겨지는 이야기”로 정의된다. 본질적으로 신화는 물리적 현상과 상징들을 철학적, 형이상학적,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극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민정연은 신화와 설화, 철학을 사랑하는 동시에 공간, 양자물리학, 그리고 과학이 끊임없이 탐구하지만 결코 완전히 규정할 수 없는 우주에 깊은 매혹을 느낀다. 그녀의 작업에서 이러한 사유의 과정들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중첩되며 하나의 은유적 세계를 형성한다. 마리아 룬드 갤러리에서 열리는 여섯 번째 개인전 《사과를 베어 물다》는 이브가 먹었던 금단의 열매, 그 상징적 사과를 떠올리게 한다.
이 제목을 통해 민정연은 우리를 존재론적 질문으로 초대한다. 행복의 원천으로서 균형이라는 개념에 대한 질문, 자유와 호기심에 맞서는 순종과 복종의 개념에 대한 질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못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가장 먼저 유혹에 이끌린 존재,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자 했던 욕망에 의해 움직인 여인에 대한 질문 말이다. 《사과를 베어 물다》은 우리에게 감히 도전하고, 발견하고, 탐험하며, 사과의 중심부까지 파고들 것을 권유한다.
민정연은 종종 무대처럼 구성된 복합적인 원근 공간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작업에서는 형태와 원근법의 경계를 흐리고자 하는 욕망이 두드러진다. 화면의 표면과 형상, 배경은 서로 맞물리고, 투명한 층과 윤곽선은 겹쳐지며, 그로부터 하나의 운동감이 탄생한다.
《사과를 베어 물다》에서 민정연은 ‘베어 문다’는 행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깊이 파고들고, 질문하며,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다. 최근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 〈하얀 바다〉(2024)는 공간에 대한 그녀의 관계를 한층 더 확장시켰으며, 이는 평면 매체 내부의 공간에도 적용된다. 이름 없는 풍경 속에는 이정표 같은 형상들이 떠오르고, 동시에 날갯짓과 비행의 흔적들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특정한 순간에 존재하는 것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사이의 근원적인 이중성을 드러낸다. 그녀가 창조하는 빛으로 가득한 비전들에는 경이로움과 특별한 에너지가 스며 있으며, 무한한 서사의 가능성이 그 안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