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 Woori, Uncatchable, Sentimental, Movement 02, 2022, 130.3x162.2cm, Acrylic and oil on canvas © Ko Woori

고우리 작가의 인간관계 속에서 오는 ‘불안한’ 감정은 그의 작업을 읽는 하나의 알리바이다. 또 하나의 알리바이는 그의 직접적인 신체 수행이 캔버스로 투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떤 적확한 형태로 매개될 수 있는 것일까. 동시에 신체는 작품과의 접촉을 활성화하며 작품에 인장을 남김으로써 그 사이에서 촉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우선 그의 감정은 작업으로 해소되며 작업 안에서 응결된다.

곧 어떤 감정은 작업을 마주한 작가의 신체적인 차원으로써 잦아든다면, 또는 촉발된다면, 이는 또 다른 신체의 양상 속에 분포한다. 여기서 다다른 ‘어떤’ 형태는 그의 감정 양태를 조절하며 제어하는 기술(技術)적 양식에 따른 것으로, 그의 감정을 그 자체로 매개한다기보다는 그와 작품 사이를 매개하며 그러한 감정에 대한 양태가 아니라 그러한 감 정에 대한 기술(記述)로 분화한다.

고우리는 신체와 지지체의 접지를 통해 대상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대상을 인지하고 기술하는 과정을 구성한다. 그에게 무언가를 그린다는 관념은 무언가를 만진다는 뚜렷한 관념을 안는다. 지지 체는 하나의 사물로 치환되며 신체는 수행의 과정을 거기에 수여한다.

결과적으로 작품이라는 인지적 대상은 하나의 덩어리 또는 하나의 입면에 가까운 듯 보이는데, 이는 손이 붓보다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만든다거나 또는 섬세한 작동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의 수행이 전적으로 자의적이거나 우연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전제한 채 이야기될 수 있다.

어떤 투박함은 어떤 정교함과 관계 맺는다. 또는 어떤 우연성은 어떤 총체성과 관계 맺는다. 고우 리의 작업에서 총체성과 정교함은 상관관계를 지니며 우연성과 투박함 역시 그러하다. 이는 하나의 형체를 향해 가는 것 같지만 사실 하나의 표면을 형상화한다(총체성). 거기에는 하나의 형체가 비친다. 여기에는 수많은 우연이 육박하는데, 신체의 형상, 곧 손의 표지 또는 얼룩이 자리한다.

그것은 투박한 접촉면을 구성하지만, 하나의 총체적 표면 아래 두께와 깊이의 차이를 통해 정교함을 형성한다. 이러한 정교함은 손이라는 직접적인 신체의 매개가 붓보다 더 나은 정도의 조작과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고 가정할 수 있는지의 여지를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손은 신체로부터의 포착인 동시에 신체의 포착이지만, 이는 신체를 또 하나의 붓으로 만드는 기술적 훈련을 거친 이후에 출현하는 것이다. 곧 손은 붓을 환상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붓을 만드는 수행이 ‘이전의’ 손에 따른다. 여기서 손은 직접적인 것이라기보다 까다로운 것이며, 투명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실재인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매체이자 질료로서 여전히 기능한다는 점에서. 손은 투박하지만 투박함을 다루는 실재이며, 바로 그러한 지점에서 정교하다. 

‘Uncatchable, Sentimental’(2022) 연작의 경우, 제목이 갖는 감정을 포착할 수 없음의 문학적 알레고리는 사실 정위되거나 포화되거나 안정화되지 않는 화면의 운동성 자체가 연유하는 매체 적 수행 방식을 직접 지시한다. 투박한 손과 화면이 ‘응결’되지 않으며 나아가는 전개는 그것의 정교함을 그 자체가 아니라 획들의 직접적인 또는 구도적인 맞물림(“손을 사용하는 행위의 중첩을 통해 형태를 흐트러트리며 선율과 파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이나 그것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연결 짓는다.

여기서 작업을 그리고 지워내는 건 작업을 빼는 게 아니라 작업을 더하는 방식이 된다. 그것은 이전의 것을 고스란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재분절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을 유예한 투박한 표면이 의도적으로 주어지고 이를 지워내며 남는 건 지워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것과 지워낸 ‘자국’과의 혼합이다. 이러한 자국은 젯소가 탈락되어 원래의 천으로 회귀하며 재료 본연의 인덱스가 표시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러한 질감이 드디어 의미를 얻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어떤 전체로서의 형상으로서, 고우리 작가의 작업은 자리한다. 이는 지시 대상이 명확한 분절을 구성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각적 표지가 아니라 캔버스를 비롯하여 재료 자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두고 그것을 손으로 재합성하는 과정을 통해 그것이 출현한다. 거기에는 작가 자체의 합성이 있다. 이를 작가의 ‘관계 속 불안한 감정’으로 다시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으며, 또 다른 관계가 그 안에서 펼쳐진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