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Wish you were coming here》 (Yeon Rainbow x Ohson Doson, 2020) © Moon Sanghoon

이 전시는 전애인에게 차단당한 레즈비언들이 '티지넷(1998~)'에서부터 '레X루션(2018~)'까지, 각종 커뮤니티로 거처를 옮겨가며 돌아오지 않는 J나 M을 찾아 공허하게 멤돌다가 완전한 타인들로부터 위로받고 원통함을 푸는 전통으로부터 만들어졌다.

Installation view of 《Wish you were coming here》 (Yeon Rainbow x Ohson Doson, 2020) © Moon Sanghoon

퀴어하기, 이탈자의 삶

문상훈의 말은 그 스스로를 통해 발화된다. 경험하고 체득한 것들에 대해 말한다. 이성애 중심 사회 내에서 규정되어있는 바라보기의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사회를 보고, 느낀다. 그 말하기의 방식은 이질적이고 서투르 게 여겨지지만 따뜻하다. 이것이 정말 특수한(queer) 삶이라면, 이 삶들은 그 퀴어한 이면 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lesbian'이라는 단어는 세계 최대 크기의 포르노 사이트의 1순위 검색어이다. 한국의 경우,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에 남성이 내부에 침입하여 성관계를 요구하는 유도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몇 년 전에는 가장 큰 규모의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해킹에 의한 내부정보 유출 협 박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실체를 갖고 삶으로 침투하는 폭력들로 인해 레즈비언들은 실재 하는 공포와 위협을 느꼈고, 그들의 공간을 폐쇄한 채 허용되지 않은 구석 사이를 조용히 걷고 움직여야 했다.

자유롭게 ‘우리’를 말할 수 있는 욕망으로부터 멀어지고, 관음적으로 소비되며 이어진 범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검열해야만 했다. 그들은 공적인 영역에 서 자발적으로 이탈하였고, 알음알음 연결된 관계들을 모아 녹록한 공간을 구성했다.

이런 과정으로 은밀하게 유지되어온 레즈비언 커뮤니티에는 여러 가지 글이 올라온다. 그중 에서도 홈페이지의 메인 수다방 코너에는 특정한 ‘너’를 찾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10여 개 의 게시물들이 오가는 와중에 누군가를 찾는 익명의 움직임이 있다. ‘MS에게’, ‘JH에게’, ‘SU에게... 너를 잊지 못하겠다’라는 글들의 아래에는 같은 이니셜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댓 글과 대댓글로 증식한다.

통칭 ‘언니(들)’(이)라고 불리우는 익명의 자들은 그 상대가 자신이 찾던 그 이가 아님을 짐작하였음에도 서로 끼니를 잘 챙겨먹으라는 당부와 다가올 앞날을 잘 살아내라는 덕담까지 주고받으며 짤막하게 대화하고 돌아선다.

보이지 않는 익명의 몸으로 서로에게 안부를 건넨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곳에서 누 구와 밀담을 나누고 있는 것일까. 문상훈은 과거의 웹 공간에서 부유하던 익명의 소리들을 전시공간으로 이동시켰다. 어두운 전시공간은 자신만의 녹록한 고해의 장소가 되고, 미처 발송하지 못한 말들을 발신하는 곳이 된다. 테이블 위에서 오롯이 조명을 받고 있는 기기에 는 [녹음기능]만이 활성화 되어있다. 작가가 남긴 첫 번째 쪽지를 뒤로 하여 관객들의 메시 지가 이어진다.

나의 목소리와 말이 남지만 나의 몸은 이미 그곳에 없다. 여자를 사랑했던 혹은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들-불특정 다수-의 목소리들만이 공간을 떠돌다가 사라진다. 지 나간 얼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충분히 익명이 된 상황에서만 서로에 게 가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이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듣는 자’로서의 또 다른 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메시지를 담으려 입술을 움직인다. 보 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감이 가능한 것은 직접 보지 않아도 얼굴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 며, 당신의 삶의 영역을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삶이 곧 너의 삶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레즈비언 섹스, 레즈비언 관음 등으로 소비될 수 있는 포르노는 이 곳에 없다. 잔여물, 타액과 부산물, 객체로서의 삶들이 둥둥 떠다니며 서로에게 융해되고 뒤 섞이는 현장이 자리할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서로에게 오가는 위로의 말들이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그때의 우리를 수신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