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주, 〈드릴〉, 2005, 3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3분 30초 © 안정주

안정주는 일상에서 채집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분해하여 반복과 변형의 과정을 거쳐 이를 영상으로 재구성하여 선보이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중국 군인들의 제식훈련 모습을 분절된 형태의 영상과 사운드로 담은 〈Drill〉(2005), 소주 공장 생산라인에서 부딪히는 소주병들의 모습과 그 소음을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 멜로디로 재현한 〈The Bottles〉(2007) 등의 작품을 통해 개인과 집단이 맞닿아있는 경계 또는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갖고 이를 리듬감 있는 화면 구성으로 제시해왔다.


안정주,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 2016, 멀티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8분 30초, 가변크기 © 안정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두 작품은 그간 작가가 연구해온 이미지와 사운드를 재배치하는 실험의 연장 선상에서 문화적이고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조명한다.

바르셀로나 체류 기간에 제작한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2016)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각 공식 주제가와 영상을 리믹스하여 아홉 대의 브라운관 TV에 분절된 형태로 재생하는 영상 설치 작품이다.

또한, 세계화와 경제 도약의 이미지로도 남아있는 88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가 액자에 담겨 함께 보여진다. 유년시절 올림픽에 대한 향수와 사회경제의 긍정적인 효과가 현시점으로 호출되어 분절된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이벤트의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벽면의 붉은색과 흰색의 화살표시, 야간 공사현장의 위험 구간에 설치하는 공사용 용품들 가운데 설치된 3채널 영상작업 〈사이렌〉(2017)은 고속도로나 교차로, 터널 끝 등에서 작가가 마주했던 안전 유도 로봇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일정한 음높이의 소리를 내는 경보장치를 가리키는 사이렌(siren)은 반은 새이고 반은 사람인 정령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다는 그리스 신화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작가는 교통 유도 로봇의 움직임에 따라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실시간 협연하는 형태로 제시하여 편집증적이고 불안정한 도시의 감각을 드러낸다.

안정주는 일상의 파편화된 영상과 사운드의 재조합을 통해 개인과 집단, 과거와 현재의 관계와 그 경계에 주목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방식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을 법한 집단적인 기억의 이면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는 한편 영상의 한 장면이나 소리에서 유발되는 기억의 구조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경로가 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