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주, 〈Their war 1 - Ethiopia〉, 200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17초 © 안정주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각기 달라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세상에 대한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의 괴리는 자각하기 어렵다. 안정주는 오랜 시간을 거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사회적 구조와 사회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리프레이밍(reframing) 즉, 관점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평범하고 익숙하게 우리를 규정짓는 것들의 존재를 일깨운다. 또한, 어떤 현상과 의미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의 틀을 인식시켜 그 경계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담아낸 안정주의 영상에서 명확한 의도나 적극적인 발언은 절제되어 있다. 관람자의 기억과 경험을 상기시키며 세상을 다시 바라보도록 작가의 프레임만이 제시된다. 눈먼 현실에 다시 눈을 뜨게 해주는 것만으로 작가의 역할은 충분하다.

최근 영상작업은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인간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그 사회가 기대하는 행동 양식과 규범, 가치 등을 학습해 가는 사회화 과정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형성되며 주로 교육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작가는 어린이의 사회화 과정에 주목한다. 지금까지도 운동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매스게임, 줄다리기 같은 단체 종목은 어린이들이 타자와 그가 속한 집단에 동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와 문화를 학습시킨다. 동시에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사회화의 단계를 보여준다.

운동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사회·정치적 현상도 작가의 주요 관심사이다. 선거 캠페인에 등장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투적인 약속,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미문여구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어떠한 감응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우러러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경건함, 웅장함, 아름다움, 굳건함 같은 감정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안정주의 작업은 당위적으로 받아들여진 것들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엉성하고 왜곡된 모습으로 담겨 있는가에 프레임이 맞춰져 있다.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그의 시도는 무감각해지면서 간과하기 쉬운 간격, 틈새를 통해 현실의 리얼리티를 재발견하는 기재가 된다. 우리가 직접 보았다면 지나쳤을 일상적 광경을 리프레이밍하는 작업은 단순한 현실 속의 더 깊은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이루는 기본 질서를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 안정주가 바라본 세상은, 소소하게 접근하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생각의 출발점이 바로 삶에 내재해 있는 진실에 다가가는 길인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