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BOXING PROJECT》 Installation View ©VSF

Various Small Fires(VSF)는 2022년부터 변현주와 채민진이 기획한 반복적(curatorial iterative) 전시 프로젝트 《THE UNBOXING PROJECT》의 네 번째 에디션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기획으로, 여러 작가들에게는 미국에서의 첫 전시가 된다. 총 28명의 작가(33세부터 89세까지)가 참여하였으며, 이들은 기획자들의 단 하나의 공통된 요청에 따라 작품을 제작했다.

각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구상하기 전, 기획자들로부터 동일한 크기(11.5인치 × 11.5인치)의 벽면 설치형 받침대를 받았다. 이 받침대는 동일한 크기의 박스에 포장되어 전달되었으며, 작품 전체를 담을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의도되었다. 기획자들은 이 받침대의 한계를 하나의 독립적인 전시 공간으로 접근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제작된 작품들은 다양한 재료와 형식을 통해 구현되었으며, 작품 크기가 본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제한 속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몇몇 작품은 한국적 정체성과 관련된 개인적·집단적 기억을 깊이 있게 반영하고 있다. 진천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임충섭은 ‘경계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참새를 통해 표현한다. 도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더 높은 음역대로 소통 방식을 바꾸는 참새처럼,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변화하는 정체성을 투영한다. 김윤신은 자신이 태어난 북한 양구 근처에서 자란 자작나무를 활용하여 자연과 개인적 예술 실천을 연결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양정욱의 〈나는 잘 모르지만〉은 아는 사람 없는 곳에 가게 된 사람이 구석에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Yang Jung Uk, I'm not sure though, 2024, wood, thread, wire, LED, and PLA, 29 x 20 x 20 cm ©Yang Jung Uk

신미경의 〈Toilet Project〉는 비누로 주조한 조각을 박물관 화장실에 배치하여 관객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인간의 사용을 통해 변화한 이 조각들은 새로운 인공물로서 전시되며, 예술과 기능적 오브제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권오상과 오종은 받침대의 조각적 요소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권오상은 2차원 사진을 활용하여 3차원 조형물을 구성하며, 평면적 이미지에서 공간적 복잡성을 창출한다. 오종은 실과 같은 유연한 재료를 사용하여 미니멀한 작업을 구성하며, 공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거울을 작품에 도입하여, 관람자의 공간 인식과 경험을 새롭게 변형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이수경의 ‘Translated Vase’ 시리즈는 전통적인 완벽성 개념을 재해석한다. 그는 전통적 기준에 미치지 못해 폐기된 한국 도자기의 깨진 조각들을 금으로 접합하여 재구성하며, 새로운 가치 체계를 제안한다.

결국,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28개의 받침대는 다양한 작가들의 경험과 개별적인 작업 과정 속에서 생성되는 다층적인 의미를 하나의 틀 안에서 조명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