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Ironclad Fragger》 (Alterside, 2023) © Kim Yesul

전시 《철갑신참 프래거 鉄甲神斬 Fragger》에서 김예슬은 과거 서브컬처에서 양산된 성장형 소년물의 정형(正形)을 가져온다. 모종의 이유로 분투해야 하는 숙명을 갖게 된 주인공은 강화가 담보된 수련을 통해 성장하고, 적으로 상정된 이에게 승리를 쟁취하는 전형적인 구조를 통과한다.

영상의 시퀀스 역시 소년만화잡지 『점프』의 창간 당시 편집장이었던 나가노 타다스(長野規)가 노력, 승리, 우정의 요소를 넣었던 편집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극 중 주인공인 서연은 지구의 멸망을 꾀하는 성진에 의해 아버지 정훈을 잃고, 코딩 학습을 통해 블록 코드 아레나 챔피언십에서 민준에게 승리하여 지구의 평화를 지키고 그와 친구가 된다.

Kim Yesul, Sub zero excidian, 2023, Video, color, sound, 3min 7sec. © Kim Yesul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로부터 잔류하는 코드들이 뒤섞인 《철갑신참 프래거》는 우리의 쇠퇴하는 몸 속에 남아 있는 유소년기의 미성숙한 자아를 건드린다. 스크린 속에서 영원히 아이로 머무를 등장인물의 모습은 기묘한 향수를 자극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만이 존재하는 풍경을 그때와 같이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렇게 전시장에 설치된 통로는 한 세계관으로의 몰입을 유도하는 입구이자 현실로 돌아가게 하는 출구로 기능하며 우리의 이중적인 입장을 반영한다.

Kim Yesul, Tech titan 2023, Video, color, sound, 3min 38sec. © Kim Yesul

산타라는 존재가 한정된 시간 안에 벌어지는 거짓말로 탄생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순록을 타고 선물을 전하는 산타는 아이에게 개인의 성숙이 주는 우울감을 처음으로 느끼게 하는 죽어버린 이야기로 작용한다.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기대하고 싶지만 이미 그의 부재를 알고 있고, 나의 유일한 보호자가 자뿐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우리는 하강하는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말은 아이를 위한 이야기로 끝없이 계승된다.

서연이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조종하는 로봇의 명칭인 ‘프래거 Fragger’가 상관을 수류탄으로 살해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처럼, 작가는 픽션 속에서 어른을 삭제하고 아이를 위한 거짓말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각자의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서연과 민준의 전투가 발생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거짓이 아닌 그들이 마주할 미래에 대한 일종의 스포일러로 읽히게 된다. 이렇듯 《철갑신참 프래거》는 새로운 주인공이 아닌 대체자로서 아이를 효과적으로 훈육하기 위한 코드를 직조해야 하는 루프에 갇힌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