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은 디자인, 제도 비평, 서브컬처, 어린이와
유년기, 미래 서사를 교차시킨다. 그는 사회 시스템을 직접
고발하기보다, 그 시스템이 어떤 사물과 형식, 교육과 놀이, 노래와 애니메이션의 코드 속에 스며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답게 그는 사물의 목적과 사용 방식, 기능과 실패의 구조를 예민하게 읽어내고, 이를 전시장 안에서 낯설게 재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편리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권력과 규범, 배제와 훈육의 방식이
드러나는 장치가 된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김예슬은 미술계 시스템을 풍자한 〈아티스트 서바이벌-당신의 작업은?〉에서 출발해, 〈분실〉과 〈Constellation〉처럼
특정 장소와 직업 경험에 남은 제도적 흔적을 추적하는 작업으로 나아갔다. 이후 〈미술 시간〉과 《철갑신참
프래거 鉄甲神斬 Fragger》를 거치며 어린이라는 존재를 통해 사회가 미래 세대를 어떻게
교육하고 동원하는지 살폈고, 《Dinosavr》와 《제13회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에 이르러서는 유년기와 미래, 부재와 가능성, 시간의 복수성을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작업은 특정 주제를 선형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시스템의 틈을
발견할 때마다 다른 형식으로 ‘모딩’하듯 변주해왔다.
그는 B급 감수성, 어긋난 노래, 미완성처럼
보이는 장치, 과장된 세계관, 서브컬처의 익숙한 문법을 사용해
관객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시스템을 다시 보게 만든다. 어린이,
공룡, 로봇, 코딩, 스케이트보드, 수도꼭지, 나이트클럽
포스터 같은 소재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김예슬의 작업 안에서는 모두 어떤 구조가 인간의 행동과
감각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묻는 재료가 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웃기고 이상하며 때로는 조악해 보이는
형식 안에서도 현실의 구조를 정확히 건드린다.
김예슬은 다양한 전시와
서울시립 난지창작스튜디오, Tator Factatory, TOKAS 등 국내외 레지던시를 거치며 서울과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그의 작업은 디자인과 시각예술, 서브컬처와 사회 비평, 미래 서사와 공동체적 발화 사이를 오가며, 이미 주어진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고 변형하는 방향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