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린의 작업은 사적인
감정의 세계를 공적인 논의의 장으로 옮기는 데서 독자성을 갖는다. 그는 사랑, 이별, 소음, 돌봄처럼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경험을 다루지만, 이를 감상적 고백이나 사회적 주장 중 어느 한쪽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경험을 물질로 바꾸고, 기록으로 남기고, 관객이 그 구조 안에 들어가도록 만들며, 감정이 사회적 조건과 만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페미니즘, 공동체, 돌봄, 기술의 문제를 이론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과 행위의
수준에서 다시 묻는다.
〈로맨틱 이미지〉와
〈로맨틱 에펠〉이 이미지 소비와 낭만적 판타지의 구조를 분석했다면, 《너를 떠나》는 그 구조 안에서
사랑하고 상처받는 여성 주체의 복잡한 감정을 다룬다. 이후 《리빙 위드 더 트러블》은 사적인 불편과
사회적 구조가 겹치는 공동주택의 문제로 나아가고, 《돌봄 유지 보수》는 돌봄과 의존의 관계를 인간, 기술, 신체의 차원에서 다시 살핀다. 이 변화는 주제의 급격한 전환이라기보다, 개인이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이 사랑, 이웃, 공동체, 돌봄의 장으로 점차 확장되어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동시대 다매체 작업이
종종 기술적 실험이나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윤소린은 그 사이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다룬다. 그의 작업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지 않고, 문제 앞에서 분노하거나
냉소하거나 행운을 기다리는 대신 다른 감각과 행동의 형식을 만든다. 마른 꽃을 잉크로 바꾸고, 천장을 바닥으로 옮기고, 인터폰을 인터뷰 장치로 전용하고, 손 마사지기를 관계의 자국을 남기는 기계로 바꾸는 방식은 모두 주어진 구조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보려는 시도다. 이러한 태도는 사적 경험을 공론장으로 확장하면서도, 작가와 관객, 참여자 사이의 위계를 조심스럽게 조율한다는 점에서 윤소린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윤소린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와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에서
수학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돌봄 유지 보수》, 《리빙
위드 더 트러블》, 《손, 손, 손》, 《너를 떠나》 등이 있으며,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26), 《부드럽게 걸어요, 그대 내 꿈 위를 걷고 있기에》(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5),
《Shared Territories: Resonances, Layers and Echoes》(부에노스아이레스, 2024), 《Double:Binding:World:Tree》(탈영역우정국, 서울, 2024)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프로젝토 에이스피랄 레지던시,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레지던시,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등에 선정되며 작업의 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이력은 윤소린의 작업이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정서와 조건에서 출발하면서도, 젠더, 관계, 공동체, 돌봄이라는 더 넓은 문제의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