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b. 1987)는 영상,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물과 몸의 감각, 그리고 체화된 지식과 생태적 기억이 어떻게 순환되고 변형되는지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하이드로페미니즘적 사유에 기반하여, 물을 추상적 개념이나 이론적 틀로 한정하지 않고, 몸과 환경의 기억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관계적 매개로 바라보며 전개되어 왔다.


요이, 〈The Thousand Hands Sutra〉, 2023, 단채널 영상, 사운드, 5분 30초, 《내가 헤엄치는 이유》 전시 전경(대안공간 루프, 2023) © 요이

요이는 단편적인 서사나 고정된 재현을 제시하기보다 감각이 몸에서 몸으로 전해지며 다시 자리 잡는 과정을 실험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섬의 시공간성에 감응하며 형성된 감각을 다양한 관계 맺기의 형식으로 나누고, 이를 바다 건너 다른 장소들과 연결하는 예술 연구 플랫폼 ‘언러닝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헤엄치는 이유》 워크숍 전경 © 요이

이러한 그의 예술적 실천은 2021년 뉴욕에서 팬데믹과 번아웃을 경험한 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로 이주하게 된 경험에서 출발한다. 다음 해 봄, 요이는 고이화 해녀가 살았던 집에서 언러닝 스페이스를 시작하며, ‘물, 여성, 제주’를 주제로 하는 예술 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 및 방문객들과 함께 진행했다.
 
2023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 개인전 《내가 헤엄치는 이유》는 작가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배우고 언러닝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이웃 해녀 할머니에게 배우는 삶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요이, 〈Auspicious Practice〉, 2020, 단채널 영상, 사운드, 11분 21초, 가변크기, 6분 57초 © 요이

먼저, 전시에서 선보인 두 영상 작품 〈Double Gaze〉(2018)와 〈Auspicious Practice〉(2020)는 스트레스성 자가 면역 질환으로 인해 탈모를 겪고 있는 여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여성과 작가는 스스로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과 무기력함, 번아웃의 근원과 근본적 치유에 대해 질문한다.
 
원형 탈모로 인해 듬성듬성한 머리를 한 채 여성은 기 치료, 약초 치료, 마사지 등 다양한 치료를 서울 곳곳에서 시도한다. 제 질병을 감추기 위해, 여성의 외적 모습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추어 가발을 쓰기도 한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제 가족,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자연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제 위치와 뿌리를 찾아가며, 제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요이, 〈Double Gaze〉, 2018, 단채널 영상, 사운드, 5분 30초, 가변크기, 6분 57초. 《내가 헤엄치는 이유》 전시 전경(대안공간 루프, 2023) © 요이

고이화 해녀를 다룬 4채널 사운드 작업 〈Water remembers〉(2023)에서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소리가 모여 파도 소리가 되고, 거세지는 빗물과 폭풍우, 거대한 파도의 사운드가 더해져 꽉 차인 기계적인 번아웃 상태의 사운드로 전환된다.
 
제 몸을 풍덩 바다에 던지는 사운드와 함께 동네 해녀 할머니들은 고이화에 관한 제 기억을 말하기 시작한다. 고이화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여든이 훌쩍 넘은 해녀 할머니가 그 노래를 따라서 부르는 사운드가 더해진다.
 
물 한 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이웃 해녀 할머니들은 그들의 삶과 기억을 전하며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 낸다. 물의 사운드를 매개로 공식적인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이들의 개인 서사가 느슨하게 엮인다.


요이, 〈내가 헤엄치는 이유〉, 2023, 2채널 영상, 사운드, 34분 36초, 《내가 헤엄치는 이유》 전시 전경(대안공간 루프, 2023) © 요이

전시 제목과 동명인 2채널 영상 작업 〈내가 헤엄치는 이유〉(2023)는 제주에서 바다 수영을 배우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영상은 바다 건너편의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입시 경쟁에 시달린 십 대, 오랜 번아웃의 상황과 침묵을 깨고, 말하는 법과 헤엄치는 법을 배우는 작가 자신에 관한 서정적인 편지다.
 
이러한 요이의 예술 실천은 하이드로페미니즘(hydrofeminism)에 관한 작가의 연구와 맞닿아 있다. 지구와 인간은 70%의 물로 구성되며, 인간은 태아 때부터 양수 속에서 살았다. 하이드로페미니즘은 인간을 개별적 존재가 아닌, 물과 함께 지구의 다른 생명체와 연결된 존재라 본다.
 
작가는 이웃에 사는 해녀 할머니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몸과 바다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탐구해 왔다. 작가는 80대에 혼자 살며 여전히 물질을 함께 하는 해녀 할머니의 일상을 돕고, 해녀 할머니는 제 몸이 바다와 연결되는 토착적 방식을 요이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작가는 그동안 강요 받았던 서구식 교육과 관습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숨 고르기》 전시 전경(포에버 갤러리, 2025) © 요이

이러한 경험은 작가로 하여금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고 순환하는 신체에 대한 감각을 들여다 보게 했다. 2025년 포에버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숨 고르기》는 ‘숨을 비우고 채우는’ 행위에 집중하며, 몸의 감각과 기억, 그리고 몸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감지의 언어에 대해 질문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숨을 마시고 뱉지만, 그 숨에 내재된 무게와 각기 다른 리듬에 귀 기울이는 순간을 드물다. 요이는 이 전시에서 제주 해녀 할머니들에게 배운 물과 함께 호흡하는 방법과 몸에 새긴 리듬을 감각하는 법을 퍼포먼스, 드로잉, 설치, 낭독이라는 다층적 매체를 통해 다시 공유하고자 했다.
 
물과 함께 호흡하며 몸에 새긴 리듬은 물속에서 세계를 짓고 뿌리내리는 감각의 언어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서치 드로잉 시리즈 ‘말하는 물, 쓰는 몸, 04-13’, 설치 작업 〈물살 1-2〉를 통해, 작가는 물과 숨의 언어를 듣고, 읽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숨 고르기》 리딩 퍼포먼스 전경 © 요이

한편, 퍼포먼스 작업인 〈숨 오케스트라, Act 3〉는 끝과 시작, 물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며, 노동과 쉼이 뒤섞인 숨소리와 정적인 리듬을 따라간다. 요이는 해녀들과 바다로부터 배운 ‘각자의 몸에 맞는 호흡’을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설치 등으로 기억하며, 이 전시에서 구전-워크숍-퍼포먼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선보였다.
 
전시 마지막에는 요이의 아티스트북 『요이: 내가 헤엄치는 이유』의 리딩 퍼포먼스와 함께 작업의 맥락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작가는 낭독을 통해 물속에서 익힌 감각의 언어를 소리로 다시 꺼내어 담으며, 기록과 기억, 몸과 말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좁혀보고자 했다.
 
이처럼 제주에 와서 처음 헤엄치는 법을 배운 경험을 통해 요이는 몸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다시 익히고, 물 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몸과 ‘물’의 몸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는 감각을 예술이라는 또 다른 감각의 언어로 번역해 왔다.


요이, 〈숨 오케스트라 Act 3〉, 2025, 《숨 고르기》 퍼포먼스 전경 © 요이

앞서 살펴본 바 있는 퍼포먼스 시리즈 ‘숨 오케스트라’(2024-)는 그러한 작가의 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업은 “이웃 해녀들과 물질 연습을 하며 바닷속에서 얻은 감각적 인상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요이는 해녀들이 잠수 전 숨을 고르는 소리, 잠수하는 동안의 정적, 잠수 후 수면으로 올라올 때 내뱉는 숨소리인 “숨비소리”와 다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반복되는 것이 단순한 생리적 필요가 아닌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삶의 리듬을 담은 언어라고 보았다.


요이, 〈숨 오케스트라 Act 1-2〉, 2024, 《무제: 말의 결》 전시 전경(제주갤러리, 2024) © 요이

작가는 섬과 육지 사이를, 동서양의 세대 차이를 헤엄치며, ‘나’와 ‘타인’의 언어가 연결되기를 바라면서 손 안에 담기 어려운 바닷속 이야기를 시각적, 촉각적, 청각적 언어로 엮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 대해 사유했다. 그리고 원어와 번역어, 출발어(source language)와 도착어(target language)의 관계처럼 물의 언어는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도착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요이, 〈숨 오케스트라 Act 2〉, 2024, 단채널 영상, 5.1 채널 사운드 설치, 10분 10초. © 요이

요이는 학교 대신 바다로 향하던 10살즈음의 아이들과 제주 바다에서 숨 오케스트라를 이루어 함께 호흡을 맞춰보았다. 그가 배운 해녀들의 잠수법과 호흡법을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며, 각자의 몸에서 다르게 동기화된 움직임이 스며 나왔다.
 
공동체의 숨소리는 때로는 함께, 때로는 개별적으로 들리며 청중을 제주 바다의 물리적, 감정적 공간으로 몰입시킨다. 바다의 주변 소리—파도 소리, 바람 소리, 물 안팎을 오가는 적막의 소리—와 어우러진다.


요이, 〈숨 오케스트라 Act 4〉, 2025, 《터치필리》 퍼포먼스 전경(대안공간 루프, 2025) © 요이

숨을 참는 순간의 정적은 잠수라는 문자 그대로의 행위를 넘어서, 물 속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상징하며, 삶의 경계가 만나는 공간이 된다. 물 위의 고요함과 물 속의 역동적 활동을 오가며 해녀의 실천에는 정지와 움직임이 공존한다. 이러한 대조에서 해녀의 존재를 포착하며, 강렬한 활동과 깊은 고요함이 교차하는 역설적인 해녀의 일상을 반영한다.
 
요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 사랑과 파괴, 일과 놀이, 고통과 회복 등 모순과 모순이 만나는 교차점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물과 조화를 이루며 호흡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해녀와 바다의 공생적 관계에 대한 존경과 경이로움, 사라짐에 대한 애도를 담고자 했다.


요이, 〈숨 오케스트라 Act 5〉, 2025, 퍼포먼스 전경(서울 한강 터널, 2025) © 요이

함께 듣고, 보고, 호흡하며 해녀들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기억하는 물의 언어를 새로이, 또는 다시 만난다. 이러한 과정을 담은 그의 작업은 자연의 호흡과 리듬으로 연결되는 몰입의 소통을 공유하며, 우리 모두가 가진 물과의 연결성을 되새겨보게 한다.
 
나아가, ‘숨 오케스트라’는 해녀들에 대한 헌사일 뿐만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방식,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물에 젖은 몸에서 몸으로 연결되어 전해지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지혜가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글자로 담을 수 없는 마음, 언어화 될 수 없는 경험, 몸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헤아려본다.


요이, 〈Ellipses II〉, 2025, 다매체 설치, 가변크기,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 전시 전경(송은, 2025-2026). 사진: STUDIO JAYBEE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한편, 이러한 ‘숨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전개된 다매체 설치 작업 ‘Ellipses’ (2025-2026) 시리즈는 물과 뭍의 경계에서 사라져 가는 해녀 공동체의 감각을 영상, 사운드, 이미지로 기록한다.
 
‘Ellipses’ 시리즈는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작가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 작업의 과정은 완벽한 원이 아니라, 수많은 시도와 망설임,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예기치 않은 전환을 품은 채 주변을 핑 돌아가는 비정형의 타원(ellipse)과 같은 동선들과 함께 말줄임표(ellipsis)와 같은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요이, 〈Watery Studies: WATER, WOMXN, JEJU〉 아티스틱 리서치 이미지(2022) © 요이

원은 종종 ‘자연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라고 불린다. 또, 우리가 원을 이루는 순간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투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처럼 함께 모일 때이다.
 
작가는 해녀들이 헤엄치거나 물 위에서 잠시 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 ‘테왁’을 함께 타원의 달걀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며 해녀들을 모았다. 작가는 해녀들에게 불완전한 몸의 연장선이자 동반자이기도 한 테왁을 이들과 함께 만들고 더듬으며,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몸의 기억과 감각의 언어들을 다시금 되새기고 기록한다.


요이, 〈Watery Studies: WATER, WOMXN, JEJU〉 아티스틱 리서치 이미지(2022) © 요이

이렇듯 요이는 몸과 물의 근원적인 연결성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하이드로페미니즘의 시선에서 물과 여성의 서사를 새롭게 상상하고, 변화하고 순환하는 환경 속 경계의 유동성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기존의 구조로부터 벗어난 물과 여성의 서사를 담아내는 감각적 아카이브로 작동하며,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의 감각과 기억을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 관계 맺기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함께 듣고, 보고, 호흡하며 해녀들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기억하는 물의 언어를 새로이, 또는 다시, 만난다. 자연의 호흡과 리듬으로 연결되는 몰입의 소통을 경험하고, 우리 모두가 가진 물과의 연결성을 되새겨본다." (요이, 작가 노트)


요이 작가 © 송은문화재단

요이는 예일대학교와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시각 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개인전으로는 《숨 고르기》(포에버 갤러리, 서울, 2025), 《내가 헤엄치는 이유》(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3)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5-2026), 《Life on Earth: Art and Ecofeminism》(West, 헤이그, 네덜란드, 2025), 아트페스타인제주 10주년 아카이브 전시 《기록되지 않은 섬》(산지천갤러리, 제주, 2025), 《터치필리》(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5),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4 《아래로부터의 생태예술》(강원도, 202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요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쿠퍼 휴잇 디자인 미술관, 뉴욕 주립 대학교, 런던 예술대학교, 네덜란드 캐스코, 한국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협업과 강의를 진행했으며,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한국인 작가로 유일하게 초청되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