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민, 〈엘리의 눈〉, 2020 © 차재민

테이트 모던의 2022년 프로그램 ‘Several Encounters over Plants’에 이어 기획된 《Science, Body, Anatomy》는 영화와 의료 기술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상영 프로그램이다. 뉴욕 영상박물관(Museum of the Moving Image)의 소니아 엡스타인과 공동 기획한 이틀간의 프로그램은 테이트 모던 레이츠(Tate Modern Lates)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단편 영화 상영으로 시작된다.

웰컴 컬렉션(Wellcome Collection)의 아카이브 의료 영상과 바버라 해머, 레슬리 손턴, 캐롤라인 키, 차재민 등 여성 작가들의 동시대 작업이 함께 상영되며, 이 영화들은 신체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의료적 시선 사이의 긴장된 관계를 드러낸다.
 
독일 최초의 엑스레이 전문가였던 로버트 얀커는 아마도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기술을 연마했을 것으로 보인다. 테이트 필름 프로그램의 첫 작품인 〈Roentgenfilm IV〉는 그가 1930년대에 제작한 시네라디오그래피(cineradiography) 시리즈의 일부로, 신체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얀커가 나치 독일의 인종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우생학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교육용 영상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차재민의 에세이 영화 〈엘리의 눈〉는 엑스레이의 발견에서 출발해 인공지능을 통해 정신을 모델링하려는 최근의 시도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려는 의료 분야의 탐구를 추적한다. 촬영 장면, 발견된 영상(found footage), 의료 이미지를 결합해, 질병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실체화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서사에서 무엇이 배제되는지를 탐색한다.
 
얀커의 엑스레이 영상에서 드러나는 의료적 시선이 대상의 비인간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 바버라 해머의 〈Sanctus〉는 이를 다시 인간화한다. 퀴어 영화의 선구자인 해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신체의 연약하면서도 아름다운 면모를 환기시킨다. 1950년대의 엑스레이 영상 위에 이미지와 텍스트를 중첩하여 방사선의 영향을 드러내는 한편, 작가는 감각적이면서도 질병의 대상이 되는 신체를 밀접하게 다루며, 닐 B. 롤닉의 오페라적 음악과 함께 물리적 형태를 장엄하게 부각시킨다.
 
캐롤라인 키는 〈Khôra〉에서 신체 내부를 새로운 방식으로 탐색하면서,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의료 기술의 착취적 기원을 환기한다. J. 마리온 심스와 그가 노예 상태의 흑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산부인과 기술에 대한 암시를, 작가가 산부인과 수술 영상 기록가로 일하던 시기의 의료 영상과 3D 의료 애니메이션과 함께 콜라주하여, 신체 내부의 재현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신체의 내부는 레슬리 손턴과 론 보터의 〈Strange Space〉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영화는 보터가 에이즈 진단을 받는 과정을 다루며,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진료실로 관객을 이끈다. 초음파 이미지와 달 표면의 이미지가 교차되며, 특히 죽음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환자가 자신의 신체로부터 느끼는 소외를 암시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1935년 제작된 의료 영상 〈Unidentified Orthopaedic Subject〉가 장식한다. 웰컴 컬렉션 아카이브에 속한 이 작품은 거의 벌거벗은 남성을 격자 앞에 세워 보행을 연구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초기 영화의 기원을 환기하는 동시에, 해부학적 지식이 구성되는 방식과 신체와 영화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를 되짚는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