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렬, 〈Captured nature_Tree #4〉, 2011, 잉크젯 프린트, 144 x 180 cm © 박형렬

드라마 속 비극의 주인공처럼 모든 불행이 마치 내 것인 것처럼 행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난 하루가 멀다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마음 닿는 곳에 발을 디뎠다. 마치 두서없는 글처럼.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난 내 발이 숲 속을 지나 산 정상을 내딛고 있었음을 보게 되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산책이다. 자연에 내보이는 관심과 강박적인 집착은 어쩌면 위안을 받고 있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 시선은 자연스레 사회 안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풀과 나무, 바다, 바위 같은 자연이라 불리는 하나하나의 것들이 내가 있는 이곳에선 온전한 편안함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이 자연으로서 우리 곁에 있기에는 불가능한 것인가.? 불행하게도 나조차도 욕망의 그늘에 산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 갖고 싶은 욕망, 빼앗고 싶은 욕망 등 수많은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고 있다. 더욱이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이곳에선 아주 조금의 틈만 보이면 이리저리 휘젓고 들어와 회색으로 물들인다. 자연은 그 회색 빛깔에 따라 옮겨지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무엇으로 탈바꿈되기도 하면서 아주 피곤한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다. 생각해 보건대, 우린 단 한 번도 자연에게 당신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되는지를.

이런 시각으로 진행되는 ‘Captured nature' 작업은 자연을 포획하고 이용하기 위한 여러 다양한 장치들과 그 안에서 행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 나감으로써, 오늘날 현대인들과 자연의 이기적이고 지배적인 관계에 대해 의심해보고자 한다. 또한, 과연 자연이란 것이 우리 인간들에 의해 소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