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창, 〈88개의 독백〉, 2015, 종이에 프린트, 76.5 x 54.5 cm © 유창창

작가가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 또는 세상살이란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너무도 부조리하여 하나의 가치나 논리로 엮을 수 없다. 작가가 회화작가로 주목받기 전에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명랑만화의 대표 작가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의 회화가 보여주는 세계는 명랑만화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명랑만화의 세계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과 우연의 연속, 황당한 사건과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 세계의 주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과거, 현재, 미래가 아무 연관관계가 없다. 실수와 오류가 넘쳐나고 어떠한 골칫거리도 아무리 복잡하고 거대하더라도 갑자기 해결된다. 또는 해결되었다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그리고 마치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듯 오늘이 시작된다.

명랑한 세계는 역설적으로 전혀 명랑하지 않은 인간의 본질, 사회의 본질을 노출한다. 밝은 미소로 표정관리를 해도 공공연히 회의적이며 냉소적인 비관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세계는 한없이 우연적이며 가벼운 사건과 이야기의 세계와 한없이 무거운 인간의 내면과 심리가 아무 문제없이 동거하는 세계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