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kyoo Choi, Drift grid-scene 867, 2017, Polycarbonate, steel, wood, mirror, bolt, nut, 80x80x180cm © Minkyoo Choi

작가노트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레 새로운 환경 속에 놓여지거나, 스스로 선택해서 새로운 환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경험이 적지 않다. 내가 새로운 거주지에 정착하고, 떠나고, 또 다른 곳에 머물다가 다시 떠나는 표류의 과정에 있음을 인지시키는 가장 강렬한 시각매체는 바로 건축물이었다. 중동문화권의 사람, 언어, 음식, 기후가 모두 반영된 건물의 외관과 완벽하고 복잡한 설계를 통해 완성된 내부구조에서 낯선 곳에 표류한 내 모습의 일부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Minkyoo Choi, Drift grid-scene 867 (detail), 2017, Polycarbonate, steel, wood, mirror, bolt, nut, 80x80x180cm © Minkyoo Choi

건축물은 독립된 주체로서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영향을 주었고, 상황에 적응하려던 심리상태와 시각을 통한 사고 또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변화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나에게 불안정한 감정만을 불러일으키던 가치관, 문화, 인식의 차이들은 언제부터인지 내가 존재하는 공간의 모든 요소들이 나에게 스며들고, 나 또한 그 공간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매개체로 그 역할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리드의 표류’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마주한 건축물을 통해 내가 느꼈던 각 요소들의 이질감과 그것들을 흡수하며 내가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2차원 평면의 그리드(완벽한 설계)는 불안정함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완벽한 구조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site)을, 완성된 구조물은 새롭게 나에게 스며든 감정들을 재구성한 또 다른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의 나 자신은 지나온 표류의 결과물임과 동시에 또한 또 다른 표류의 시작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