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의 작업은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 기준과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선택의 기준과 판단의 틀이 실제로는 어떤 조건 위에서 형성되는지 살피며, 그 기준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탐색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업을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와 ‘조건’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실전작업요가〉(2015)와 〈헌신의 요가〉(2015)에서 드러나듯, 작업은 특정한 몸의 움직임과 환경 속에서 수행되는 과정으로 제시된다.
이후 그의 관심은 사회가
말하는 효율과 합리성,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로 확장된다. 개인전
《평범한 실패》(갤러리조선, 2018)에서 그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 기준이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상황에 주목한다. 〈실패하지 않는 실패〉(2018)와 같은 작업은 결과의 평가를 뒤집기보다, 그 평가가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영광의 상처를 찾아》(송은아트큐브, 서울, 2019)에
이르면 관심은 상징과 믿음의 문제로 이동한다. 전시장에 놓인 오브제들은 특정한 의미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축적된 의미들을 동시에 호출한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여〉(2019), 〈home sweet home〉(2019) 등에서 나타나는 장면은 관람자가 익숙한 해석을 떠올리는 순간 그것을 흔들어 놓으며, 의미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만든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보다 구체적인 관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아들의 시간 1/2》(한국근대문학관, 인천, 2022),
《아들의 시간 2/2》(스페이스 빔, 인천, 2023), 《우리 집에 가자》(인사미술공간, 서울, 2024)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그는 가족과 세대, 생활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층위를 다룬다. 〈시차〉(2022), 〈ㅇㅇ〉(2022),
〈나의 섬〉(2022), 〈너의 성〉(2022) 등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관계의 거리와 감정을 드러내며, 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서로 어긋나고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