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Jeju, Paints Asia》 © JEJU World Natural Heritage Center

《제주, 아시아를 그리다》 국제전이 5회를 맞이했다. 이 전시는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제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흥미로운 자리다. 올해도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한국, 중국, 인도 작가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전시장은 2007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으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풍경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전히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강형구, 김동유, 홍경택, 강현욱 등이 참여하며, 중국의 스타 저우춘야Zhou Chunya, 왕칭송Wang Jin Song, 펑정지에Feng ZhengJie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가 내년에 개관 10주년을 맞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하다. 거문오름을 오르기 위해 사전 예약을 한 이들이라면, 전시 또한 감상해보자. 한국, 중국, 인도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4명이 참여하여 34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의 전시 주제는 ‘사람人’이다. 전시를 기획한 아시아예술경영협회의 박철희 대표는 중국 베이징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국제적 기획자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자가격리를 4회 이상 거치다 보니 국제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Installation view of 《Jeju, Paints Asia》 © JEJU World Natural Heritage Center

그간의 전시는 아시아 대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콘셉트였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중견작가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특히 제1회 전시가 열렸던 2017년이 한중 수교 25주년이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작가의 전시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

특히 중국의 3대 천황으로 불리는 저우춘야의 작품은 2018년 제2회 《제주, 아시아를 그리다》 전시에서부터 올해까지 연이어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저우춘야는 현재 중국에서 쩡판즈Zeng Fanzhi, 장샤오강Zhang Xiaogang과 함께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미술가 삼총사 중 한 명이다. 저우춘야는 올해도 아시아 작가의 화합을 축하하며 신작 두 점을 보내왔다. 중국에서 예약이 밀려서 돈이 많아도 그의 작품을 살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파격적 지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초록 개와 복숭아꽃 연작으로 유명한데, 얼마 전부터는 산수화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인이 열광하는 아름다운 산수화를 직접 감상해보자.

왕칭송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작품을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의 현실을 유머러스한 사진으로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서는 두 점의 대형 사진 작품 〈원 월드, 원 드림One World, One Dream〉 시리즈를 보내왔다. 한 점은 중국 교육계의 성적 제일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이고, 나머지 한 점은 유명 브랜드에 집착하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주목받는 중국의 젊은 작가 팡 마오쿤Pang Maokun과 장지엔Zhang Jian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특히 장지엔의 신작 ‘플라워스Folwers’는 높이 3미터, 넓이 4미터의 아름다운 대형 작품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 그림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묘미를 놓치지 마시라. 유명한 명화를 연필과 토너로 다시 그린 팡 마오쿤의 작품은 21세기가 기계화된 산업사회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2019년 3회 전시부터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송인상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매년 새로운 인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지지 스카리아Gigi Scaria와 아니타 듀브Anita Dube의 작품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두 작가는 현대인의 삭막한 상황을 담은 사진 작품들을 선보여, 인간애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했다.

2회 전시부터 매년 참여하고 있는 홍경택 작가의 이번 출품작은 〈식스 셀레스셜 바디스Six Celestial Bodies〉이다. 자세히 보면 6겹의 공간 속으로 한 남자가 뛰어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그의 표정은 즐겁다기보다는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올해 첫 참가한 강현욱 작가는 3채널 영상 작품 〈더 맨The Man〉을 보여준다. 영상과 사운드가 잘 어우러진 5분 30초짜리 영상 작품에는 작가의 모습이 3D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기에 더욱 흥미롭다. 현대인이 자신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다. 가운데 화면에는 하늘로 날아가는 조각들과 이것이 다시 합쳐지는 모습이 보인다. 십자가도 등장하며 우리 시대의 도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왼편의 영상은 숲속을 걸어가는 인간의 직립보행이 펼쳐지고, 오른편 영상에는 스펙터클한 우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운드는 저주파를 포함하고 있는데, 관람객에게 심리적으로 불안한 현대인의 현실을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다.

전시장 안팎에서는 조각 작품도 발견할 수 있다. 제주에서 활동하며 후학도 가르치고 있는 이승수 작가의 조각 작품 앞은 인기 촬영 스폿이다. 작가는 제주의 특별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 작품을 연이어 선보여 관심을 모은다. 제주의 한라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비한 사슴의 모습은 관람객을 감동시킨다. 야외에는 양태근 작가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오리 조각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치 사진 같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선보이는 강형구, 유명 인사의 작은 그림으로 또 다른 명사의 그림을 완성하는 김동유, 향을 태워서 수행하듯 작품을 완성하는 이길우 작가의 작품도 놓칠 수 없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