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섬》 전시 전경(CICA 미술관, 2020) ©문서진

전시는 미국 메인주의 작은 마을, Monson에 위치한 호수 Lake Hebron에서 한달 가량 진행했던 퍼포먼스 〈살아있는 섬〉에 대한 기록물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있는 섬〉은 지난 겨울,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얼어붙은 호수 위에 삽과 썰매로 눈을 쌓아 봄이 되면 사라지는 섬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발 딛고 서 있는 지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잠재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연에 대한 경외,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과 누군가의 응원으로부터 받는 위안에 대한 여러 단상들이 작업에 얽혀있다.

전시된 기록물들을 본래 일어났던 퍼포먼스에 대한 재현이기 보다는 작업의 단상과 기억에 대한 해석물이 되기를 바랐다. 호수 위에서의 기억들은 그 질감과 결에 맞는 기록의 형식을 찾아간다. 어떤 순간은 무게와 두께를 가진 뭉텅이로, 어떤 순간은 빛으로, 또 어떤 순간은 누군가의 손길로 작동되는 움직임으로 전환되었다.

올 한해는 길었다. 추위를 피해 실내로 숨어들게 되는 그 어떤 겨울보다, 바이러스로 인해 더 겨울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얼음이 무너질까 마음 한구석이 항상 불안했던 호수 위에서처럼 마음 편히 외출하는 것이 부담되는 요즘, 이 일을 할 당시의 감정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를, 그리고 Monson의 사람들이 나에게 그랬듯, 누군가의 응원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보는 이에게 이 전시가 삶에 대한 은유이자, 연대와 지지의 작은 제스처로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들이 발 딛고 서 있는 일상의 호수가 안전하고 평안하기를.

문서진, 〈살아있는 섬〉, 2020, 한달 가량 진행한 퍼포먼스 ©문서진

모든 감각의 근간에는 촉각이 있다고 여긴다. 시각은 망막에 닿는 빛을 감각하여 뇌에서 재구성한 것이고, 청각은 고막을 두드리는 소리의 파장을 감각하는 것이며, 미각은 혀에 닿은 음식 분자들에 대한 화학적 반응이고, 후각은 콧속 후각세포에 닿는 냄새 분자를 감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감각은 무언가와 ‘닿는다’는 촉각적인 과정을 수반한다. 어떤 것을 만지고 표면의 질감과 저항을 느끼는 것, 어떤 것의 무게를 느끼고 그것을 몸으로 감당해 보는 것. 조각을 한다는 것은 몸으로 하는 촉각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조각가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최근 3년 정도는 외국에서 살다가 올해 초 코로나 사태로 예기치 않게 귀국했다. 첫 번째 개인전을 2014년에 서울대학교 우석홀에서 했었고, Monson Arts를 비롯한 몇몇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