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몸울림 :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2025.04.19 – 2025.05.17, CORD
2025.04.19
CORD

《몸울림 :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CORD, 2025) ©CORD
[작가노트]
잉크처럼 번지는 마음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람도, 거리도, 나 자신도.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오래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꺼내보았다.
작업에 대해, 삶의 속도에 대해,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그 무렵, 우연처럼 ‘스미나가시’, 마블링 아트를 알게 되었다.
수면 위에 떨어진 잉크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퍼지고,
나는 그 위에 종이나 천을 얹어, 잠시 머문 흔적을 고이 받아낸다.
그 무늬는 예상할 수 없고, 다시 만들 수도 없다.
그 불확실함 속의 아름다움, 정적인 표면에 깃든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은
묘하게도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몸울림 :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CORD, 2025) ©CORD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내가 조용해지는 게 아니라, 조용함이 나를 덮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명상이자 수행 같았다.
도자기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입히고, 불에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간과 온도에 맡긴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는 일.
그 모든 과정은 통제와 비통제 사이에서 숨을 고르는 일이다.
나는 늘 마음이 복잡하고, 머릿속이 시끄러운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조용한 곳을 꿈꾼다.
그 갈망은 나를 조용한 사찰로 이끌고, 아무 말 없는 풍경 속에서 나를 다독이곤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 작업들로 이어졌다.

《몸울림 :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CORD, 2025) ©CORD
복잡한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지만,
이런 우연 속의 아름다움은 잠시나마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 감정은 말보다 느림으로, 형식보다 감각으로 다가온다.
삶은 늘 예기치 않게 흐르고, 우리는 그 위를 떠다닌다.
그 안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마음이 놓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번 전시가, 이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조용한 명상의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주 짧게라도, 조용한 숨을 쉴 수 있는 순간이 되기를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이 잉크처럼 부드럽게 번져가는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