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Manwha-Kyung》 © A-Lounge Contemporary

에이라운지는 2022 년 6 월 21 일부터 7 월 2 일까지 박미라, 임현정 2인전 《만화-경》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박미라, 임현정 작가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실과 연결된 상상 속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기획되었다.


Installation view of 《Manwha-Kyung》 © A-Lounge Contemporary

박미라의 모노톤 화면과 임현정의 다채로운 색감이 자아내는 시각적 긴장은 어린 시절 홀린 듯 들여다보던 만화경을 상기시킨다. 오밀조밀 작은 캐릭터들이 가득 꿈틀거리는 화면 너머의 세상은 언뜻 어린 아이의 꿈 속 같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늘어진 식물과 같이 흘러내리는 손가락, 유리컵에 갇힌 거미, 움푹 구멍 난 얼굴을 가진 사람, 원뿔을 뒤집어쓴 사람 등 외면하고 싶은 오싹한 현실이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이곳 저곳 박혀있다.
 
박미라는 도시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존재들을 탐구하여 시멘트 가루를 섞은 유화나 세밀한 펜 드로잉 등 무채색의 화면에 옮겨 넣는다. 지금 이곳에 가득 찬 갈등과 불안들은 절단된 신체, 가시 돋친 나무, 가위와 낫과 같은 예기(銳器)들로 변모한다. 작업 전반에 등장하는 구멍 또한 우울, 불안, 상실, 소외와 같은 현대인들의 심리 상태를 표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아래로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은 암울한 현실이 무너져 내려간 장소 너머의 무한한 미지의 세계를 희망하게 한다.

구멍 너머의 공간은 어릴 적 소중히 간직하고팠던 〈말할 수 없는 비밀〉(2022)이 가득 찬 곳이고, 그 관문으로서 구멍은 현실과 〈연결과 시작〉(2018)점이자 희망이다. 부정적 기호들이 가득 모인 박미라의 화면이 오히려 몽환적인 동화와 같은 데에는 이렇듯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가의 위로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Manwha-Kyung》 © A-Lounge Contemporary

임현정은 런던 유학을 기점으로 보쉬, 브뤼헬, 뒤러 등 상상과 꿈, 신화를 주제로 작업을 한 르네상스 시기 북유럽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작가만이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적 경험들로 촘촘히 직조된 화면은 임현정이 즉흥적으로 떠올린 기억들이라는 점에서 논리적인 서사가 배제된 무의식의 세계이다. 인물의 형상은 뚜렷하지만 얼굴이 알아볼 수 없게 도려내져 있고, 분명한 레퍼런스가 있는 형상들이 파편화되어 부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자유롭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헤엄치며 원하는 지점에 멈춰 더 깊이 내면을 둘러볼 수 있는 여지를 찾는다. 그러나 작가가 구축한 초현실적 화면은 인간의 밑바닥을 들춰내기 위한 통로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의식 너머의 한 지점에서 작가의 경험과 조우하고 타인의 감상에 연결되게 하는 장치에 가깝다. 최근에 작업한 ‘Dream Hawaii’(2021)와 ‘Study of Book of Hours’(2022) 시리즈가 팬데믹 시대를 겪어내는 동시대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듯이 임현정의 세계는 공감이 갖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한 믿음을 기저에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박미라의 평면 작품은 물론 한 점의 드로잉 애니메이션과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임현정은 2018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국내에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던 작품들을 모아 한 자리에 소개할 예정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