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Sheer Painer》, 2023.11.18 – 2024.01.06, François Ghebaly (로스앤젤레스, 미국)
2023.11.18
François Ghebaly (로스앤젤레스, 미국)

Installation
view of 《Sheer Painer》
© François Ghebaly
프랑수아 게발리(François Ghebaly)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작가 김조은의 신작 전시 《Sheer Painer》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공간에서 열리는 김조은의 첫 전시다.
“질병이라는 사건,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또 다른 중단들은 기억의 흐름을 방해한다.
하지만 그 방해는 기억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질병의 기억은 종종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오래 지속된다.”
— 아서 W. 프랭크, 『상처 입은 이야기꾼: 몸, 질병, 그리고 윤리』, 1995
“질병—최근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아직도 진실을 말할 수 없다.”
— 김조은, “Indoor Only Clothes,” 『eye
jailed eye』, 2019
작가이자 시인인 김조은은
오랫동안 자신의 두 번째 언어인 영어를 하나의 창조적 실험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Four of Matresses Stacked on Misery』(2017), 『eye jailed eye』(2019), 그리고 『In Praise of Cry Breaks 눈물 휴식 예찬』(2016–2022)과
같은 글쓰기와 시집뿐 아니라 작품 속에서도 오해와 신조어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불투명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한 단서가 된다.
비단 위 회화와 드로잉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 《Sheer Painer》 역시 그러한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전시 제목의 “Painer”는
“Painter”에서 파생된 조어로, 만성 통증과 싸우는 작가 자신을 가리키는 별칭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이 단어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정서적 축이 된다.

Installation
view of 《Sheer Painer》
© François Ghebaly
《Sheer Painer》의 많은 작품은 고통과 회복을 다루며, 보이지 않는 신체적 고통 속에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지난 1년 동안 변화하는 신체 상태 속에서 작가가 얼마나 세밀한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측정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Crude in Me〉(2023)는 그러한 경험 중 하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푸른 보라색
인물의 거친 윤곽은 완전히 정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대신 은빛 안료의 긴급한 층들로 덮여 있다.
전시 제목의 “Sheer”는
C.S. 루이스의 『Mere Christianity』에 대한 느슨한 참조이기도 하며, 동시에 투명한 비단 위에 자신의 깊은 슬픔을 드러내는 작가의 취약성을 의미한다. 또한 “Sheer”는 최근 작업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응축을 가리키기도
한다. 작가는 이를 “생존을 위해 장식과 불필요한 요소들을
잘라내고, 핵심만 남기는 것—처음 떠오른 생각을 날것의 드로잉으로
공유해야 하는 절박함”이라고 설명한다.
《Sheer Painer》는 고통과 치유에 대한 일종의 서간적 연구이며, 편안함과 불편함의 해부학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의 결과는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학자 아서 W. 프랭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것이 과거로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떠도는 미해결의 조각들이기 때문이다.”
〈My Cyclical—Sundowner's Chronicle (Still Life
with Dayflowers from Fishers Island, Rocket air blaster, Wire clipper, and a
Nutcracker)〉(2023)에서 김조은은 아시아 원추리 꽃이 담긴 정물 주위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새겨 넣는다.
“a sundowner… find me only in the morning, midday wilt”
원추리 꽃은 오후가 되면 시들어버리는 짧은 생명을 가진 꽃이다. 또 다른 작품
〈Blessed to be Bruised; Self Portrait as Fragrance of a
Quince, (Winter in Seorae Maeul, Seoul)〉(2023)에서는
화면 오른쪽에 노란 모과가 담긴 그릇이 숨겨져 있다. 금속성 구리와
24K 금 안료로 그려진 이 과일은 작가가 겨울 수술을 기다리며 병원 정원에서 따온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모과는 향기가 좋지만 과육은 쉽게 멍이 들고 떫은 맛이 강하다. 그러나
상처가 많을수록 향은 더욱 강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상징과 은유, 치유와
회복의 시적 장치들이 《Sheer Painer》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Installation
view of 《Sheer Painer》
© François Ghebaly
김조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의 얼굴이 작품 속에 비치기 전까지는 이
작업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녀의 새로운 비단 드로잉 중 일부는 거울 유리층으로
덮여 있어 관람자의 모습이 부분적으로 반사된다. 작가 자신의 몸이 엎드리거나 기도하는 자세로 등장하는
이 작품들은 석재 안료와 셸락으로 그려져 있다. 이 반사는 불완전함의 인정이며, 외부 세계가 비단 표면으로 스며드는 순간이다. 작가의 고통과 회복의
서사가 관람자의 삶과 교차하면서, 우리 모두가 삶의 어느 순간에는 상실과 희망 사이에서 싸우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김조은은 자신의 시에서 이어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이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는 재발이 없다.
나는 너라는 바이러스에서 회복되고 있다.
너는 나를 너무 오랫동안 지치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끝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그래, 그 끝을.
나는 물 마시듯 식초를 마실 수 있다.
이 끝은 내가 마땅히 맞이할 순간이다.”
— 김조은, “Die-off,” 『eye jailed eye』,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