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Old Habit Theater》 © Travasía Cuatro

시각은 오랫동안 인간에게 가장 특권적인 감각으로 여겨져 왔다. 르네상스의 원근법에서 현대의 초가시성(hyper-visibility)에 이르기까지, ‘보이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확립된 지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시선의 불꽃은 인식을 통해 숨겨진 것들을 드러낸다. 재현 뒤에는 언제나 이해하려는 욕망이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담론과 이미지 제작은 유사한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둘 모두 우리가 내적·외적 현실을 탐색하고, 물리적이면서도 감정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위치를 찾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미지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며, 단어 역시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특히 선형적인 시각 경험—그리고 역사와 기억에 대한 절대적 감각—을 흔드는 다층적 구성을 마주할 때 분명해진다.


Installation view of 《Old Habit Theater》 © Travasía Cuatro

김조은의 드로잉은 살아온 이야기에서 추출된 인물들을 다룬다. 친숙한 기억과 상상된 기억이 뒤섞이면서 기억의 개념 자체를 질문하는 모호한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이 스케치처럼 보이는 작업들은 과거에는 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이 이제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작품 안에서는 동일한 요소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탐색의 과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과거의 기억은 쉽게 붙잡히지 않는다. 무언가 결핍된 상태로 남는다. 상상력은 과거에 존재했지만 붙잡을 수 없었던 것의 공백을 채운다. 기억을 다시 프레이밍하는 일은 특정 경험 속에서 놓치기 쉬운 작은 세부들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적 실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개인의 서사를 다시 의미화하는 과정은 우리가 무엇을 믿고 싶은지, 혹은 아직 애도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Installation view of 《Old Habit Theater》 © Travasía Cuatro

《Old Habit Theater》는 김조은이 진행 중인 드로잉 연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순간들을 수집한 것이다. 잉크, 목탄, 비단, 종이, 광물 안료, 장식 요소로 이루어진 섬세한 작업들은 마치 스스로 비밀스러운 전기를 지닌 오브제처럼 보인다. 이 작업은 한국의 전통 비단 회화를 형식과 의미, 기술과 서사가 얽힌 방법론을 통해 다시 제시한다. 언어를 유연한 재료로 다루는 작가의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이 드로잉들은 사실적 지식의 부재가 남겨 놓은 단편적 공간을 탐구하는 수단이 된다.

작가에게 ‘초안(draft)’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하나의 드로잉 안에는 이전 버전들이 함께 존재한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것은 모든 인물이 끊임없이 리허설을 반복하는 하나의 극장과 같다. 축적된 흔적은 구조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구조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선들은 서로 다른 제스처로 분기하며, 마치 깨진 가족의 이야기를 치유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어떤 인물은 다른 인물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들어 올린다. 돌봄은 분배되고, 오래된 후회는 서서히 극복된다. 각 인물과 드로잉의 층위에는 서로 다른 기억과 시선이 담겨 있으며, 그 경계는 점차 녹아 사라진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