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그림자 다리 숨은》 전시 전경(에이라운지, 2024) ©정현두

정현두 개인전 《서서히, 그림자 다리 숨은》이 2024년 1월 10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에이라운지에서 개최된다. 정현두는 무한히 변화하고 확장하는 유기체로서의 회화를 지향한다. 숲을 주제로 했던 초기 작업에서 빽빽이 들어찬 나무를 앞에 두고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는 일종의 감각 과잉 상태를 경험한 뒤 오히려 바라보기의 행위를 포기했다.

시각을 배제하자 신체에 와닿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었고 비로소 대상의 본질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이후 정현두의 작업은 이차원의 평면에 고정된 대상을 그리는 것에서 점차 요원해졌다. 캔버스와 작가 사이에는 붓을 든 신체만이 남아, 직관에 따라 붓질을 하고 그 흔적에 반응하며 작가의 감각적 판단을 더해 즉흥적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완성하였다.

(왼쪽부터) 〈서서히〉, 〈구름이 되고〉, 〈우리의 몸과 신체〉, 〈그림자가 숨은〉, 2023, 《서서히, 그림자 다리 숨은》 전시 전경(에이라운지, 2024) ©정현두

최근 정현두는 캔버스의 프레임 안에 완결된 작업을 담아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탈피하여 확장하는 회화 이미지를 탐구하고 있다. 《서서히, 그림자 다리 숨은》전은 회화가 변화하는 환경에 조응하며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다른 그림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실험한다. 작가는 그림과 그림, 화면과 화면 간의 거리 또는 간극을 통해 어떤 이미지의 잠재적 가능성을 증명한다.

간격 없이 나란히 세워져 하나의 큰 화면을 이루는 〈서서히〉, 〈구름이 되고〉, 〈우리의 몸과 신체〉, 〈그림자가 숨은〉은 한시적으로 결합되어 아무 상관없는 독립적 그리기의 사건 들을 하나의 ‘지연된 서사’ 속에 연쇄시켜 오히려 그들 간의 명료한 서사를 흐릿하게 하는 새로운 보기 혹은 보여짐의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는 사무실 내부에 전시된 작업을 포함하여 총 18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전시 서문은 안소연 미술비평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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