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Perceptual Mirror Blinker_P1010283〉, 2006, 태양광 LCD 유닛 © 홍성철

홍성철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여러 특징을 이야기하다 보면,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줄(String), 겹(Layer), 거울, 착시현상 등이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인터랙션(Interaction), 즉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전체 작품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다. 물론 이 용어들은 각각 고유한 의미로 그의 작업에 생명력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종합적인 의미망을 구축함으로써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홍성철의 개인전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려면 과거 작업과의 연관 관계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00년에 선보인 〈String Tongue I〉은 인터랙티브 아트다. 전시장 천정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사람들의 움직임이 인지되고, 그에 따라 화면의 인물은 입에서 실을 내뿜기도 하고 실을 먹기도 한다. 특히 실과 입은 소통을 암시한다. 〈Open Me〉도 마찬가지로 인터랙티브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의 형식을 띤다. 작품은 주변 소리에 반응하여 그 고저에 의해 손은 쥐고 펴는 동작을 반복한다. 〈미디어시티서울〉 전시에 출품된 〈Please Call Me〉도 관객의 소리에 따라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이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관람객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와 같이 홍성철은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그에 따른 흥미로운 영상을 고안해, 감상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시도했다.
 
〈Cube Mirror〉는 최근 작업과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상하로 총총히 이어진 실들이 입방체를 이루고 그 입방체에 관객들의 모습이 마치 거울처럼 투사된다. 그러므로 평평한 스크린이 아닌 무수히 많은 실들에 영상이 맺어진다. 렌티큘러(Lenticular)를 사용한 작품의 경우 관객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그런데 홍성철의 작품은 실들이 만들어내는 레이어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러한 현상이 생긴다. 완벽하고 평면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가변적이고 입체적인 이미지가 형성된다.
 
이번 전시는 크게 ‘String Hand’ 시리즈와 ‘Perceptual Mirror Blinker’ 시리즈로 구성됐다. 먼저 ‘String Hand’ 연작은 〈Cube Mirror〉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전작과는 다르게 영상 작업이 아니다. 고무줄에 손의 모양을 영구적으로 맺히게 했다. 여기에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의문이 담겨 있다. 사진은 어떤 장면을 포착해 정지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손을 촬영해 인화지가 아닌 가느다란 줄에 프린트해 고정시켰다. 그 결과 관람객들이 움직이면 조금씩 다른 모양이 나타난다. 이렇게 분해되고 해체된 손의 모습은 실재하면서도 부재한 것 같은 묘한 뉘앙스를 전달한다.

순간적이고 평면적인 사진에 시간성과 입체성을 첨가한 셈이며, 더불어 율동감과 운동감도 돋보인다. ‘Perceptual Mirror Blinker’ 시리즈는 새로운 형태다. 이 작업은 손가락 크기의 직사각형 LCD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액정 유닛은 태양빛 집진소자를 통해 빛에너지에 반응해 깜박임을 반복한다. 흐리고 어두우면 잔잔하게 움직이며, 밝으면 활발히 움직인다. 그래서 이 유닛들은 랜덤하게 추상적 형상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또한 이것은 마치 디지털 픽셀 같기도 하다. 이 작업은 자연의 빛에 반응하므로, 결국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어, 소통이라는 그의 의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홍성철의 작업에는 독특한 시각적 유희가 있다. 이 시각적 유희를 기반으로 그는 인터랙션을 추구한다. 그것이 바로 홍성철이 시도하는 예술적 소통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