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공식》 전시 전경(공간 힘, 2018) ©공간 힘

공간 힘은 주용성 개인전 《애도공식》을 9월 15일(토)부터 10월 7일(일)까지 개최한다. 주용성 작가는 사회적이고도 정치적인 죽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러한 장소와 사람들을 기록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죽음들이 시간이 흘러 현실의 정치적인 이유들로 다시 공식적인 애도, 추모, 기념의 행사로 전환될 때 드러나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풍경들을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주용성, ‘애도공식’ 시리즈, 2018 ©주용성

픽션의 과업(The labour of ficition)

1. 사건들이 현실에 존재한다. 몇몇 사건들은 부표처럼 부유하고 있으며 어긋나있다. 불연속적인 파편처럼 흩어져있고 참상은 애석하게도 온전히 기록되지 못한다. 군중이 기억하는 역사는 ‘권력’에 의해 창안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면에 존재하는, 기억되지 못하는 기록들은 소외된 영역에서 생산되고 잊히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논하는 ‘역사’라는 타이틀의 거대한 사전은 이러한 논리로 구성되어있다.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건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세월만 흘러 보낸 경우가 허다하다. 공권력에 의해 오명을 뒤집어쓴 당사자들(희생자들)에 대한 조치는 정치적 목적이든 아니든 간에 다음 정권이 들어선 뒤 ’재조사’ 그리고 ‘추모(애도)’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희생자들에게는 ‘죽음’을, 남겨진 자들에게는 ‘상처’를.

이 땅 위의 참사에 대한 논의는 좌우의 근시안적 이익 구도로만 가는 경향이 있다. 즉, 참사의 본질에 대해 관심은 없고 어떻게든 현실 정치에 입각한 이권에만 집중되어있다. 결국 이러한 탁상공론이 끝나고 나면 참사는 파편화되어 군중들 속에서 잊혀가게 된다.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패턴이다. 이것이 우리 역사를 구성하고 있고 거대한 ‘악의 사전’ 이 써내려지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소외된 영역에서 생산된 맥락들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잔류하여 동시대 사회에 균열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잊힘’을 밀어내고 맥락을 계속해서 상기시킬 때가 그렇다.

많은 행동들이 존재했고, 어떠한 사건들은 공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외된 영역에서 큰 맥락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상기되고 있다. 앞면의 ‘기록’은 권력에 의해 위계를 가지고 쓰이지만 뒷면의 ‘기록’은 보다 자율성을 취하며 ‘정치’의 오독 없이 진술된다.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는 정치를 “공동체를 지도하는 기술”이 아니라 “평등 전체를 현실화하는 것” 이라 말한다. 약자라고 불리는 이들과 함께 연대를 구성하고 ‘목소리’를 시각언어로 치환해 평등 그 자체를 현실화하려는 시도는 악의 사전을 써 내려가는 펜 촉을 거두려는 것과 같다.

《애도공식》 전시 전경(공간 힘, 2018) ©공간 힘

2. 동시대 사회를 유영하는 몇몇 예술가들은 좁은 통로를 벗어나 큰 길에서 다양한 방향을 두고 시스템의 모순을 진단,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사회 현장에서 어떠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버텨낸다. 셔터를 누르고 플래시를 터뜨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내거나, 몸을 이용해 어떠한 동작을 통해 분명한 문제에 대해 희화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대를 거쳐오면서 공권력은 많은 악순환을 자행했으며 정권 교체의 순간마다 새로운 미명하에 ‘재조사’를 명했다. 결과는 절차적 ‘애도’로 반복되었다.

주용성은 이러한 공권력의 모순된 행태 속에서 ‘애도’에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그의 개인전 《애도공식》으로 현실 속 애도의 비현실적인, 어긋난 뒷면 풍경을 사진으로 묘사한다. 《애도공식》의 전반적인 풍경은 사건들의 균질화된 파편으로 드러낸다. 기억의 조각이 퍼져있지만 균질하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공권력 특유의 정형화된 나열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사진과 구조물들이 위치해있다. 사진은 기억에 대한 입체적인 형식으로 시각화되어, 사진과 목재 구조물이 합쳐져 다시금 사진 속 묘사된 장면을 더듬을 수 있게 장치화한다.

지나칠 수 있다. 모순된 현실을 무시한 채 상황의 ‘앞’만 보고 셔터를 누르고 플래시를 터뜨릴 수도 있다. 애도의 현장에서 ‘애도’ 그 자체로만, 애도의 단편적인 뒷면 정도로 지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모식 이후에 제단 위에 올라가 영정을 치우는 장면인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 안산, 대한민국)〉 (2018), 영정을 노란 노끈으로 겹쳐 봉해 놓은 모습을 설치한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 추모제, 서울, 대한민국〉(2018)을 비롯한 작품들은 ‘공식’의 ‘순간’을 유감없이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불편한 풍경을 드러낸다.

공권력이 호명하는 ‘애도’의 문제적 내러티브를 확보해 정치성의 역설적 결합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나 보편적으로 지나가는 상황에 대해 지나칠 수 없었던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목도할 수 있다. 주용성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 애도를 메타적으로 분석하고 상황을 재현적 요소로 재편하려 하는 시도 가 돋보이며 애도 그 자체의 행동과 의미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창안하기 위해 전시로 치환해 큰 서사에서 파편화된 사진(기억)들을 포섭한다. 그리하여 주용성의 《애도공식》은 두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우리 사회가 애도의 이면에 대해 어떠한 담론을 개진할 수 있는가. 공권력이 호명한 애도의 모순 속에서 논쟁적 상황(공간)의 발명이 효력을 가질 수 있는가.

주용성, ‘애도공식’ 시리즈, 2018 ©주용성

3. 주용성의 사진들과 《애도공식》의 내러티브 구조는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는 데 있어서 ‘실천’으로 맥락화하고 현존하는 질서 속에서 비가시적인 지점을 끄집어내 새로운 범주를 가시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예술 실천의 ‘정치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권력이 ‘희생(죽음)’을 선사하고 다시금 절차적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것에 파고든다. 주용성은 이 맥락을 사유하고 묘사하면서 ‘치안적 질서’에 대한 균열을 통해서 정치성을 획득하기 위한 시도를 기획한다. 또한 일반적인 애도에서 익숙한 감각적 경험이 주는 정상적 정보(경건함, 숙연함 등)을 한걸음 유보하여 ‘공식’이라는 지점을 통해 중지시킨다.

논쟁적 상황(공간)은 여기서 생성된다. 주용성의 《애도공식》이 막연한 애도에 대한 균열을 가하고 우리가 상식적으로 사고했던 애도 형식들이 불일치되었을 때 감상자들은 일종의 혼돈을 겪게 되고 이로써 논쟁적 담론의 볼륨이 생길 수 있다. 랑시에르는 “예술은 정치적 갈등의 쇠퇴로 인해 남겨진 공간을 단지 점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예술은 자신의 정치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 공간을 재편해야만 한다” 말한다. 주용성의 작업은 전시 공간을 점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민감하고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뒷면을 전시하는 데 있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전시를 재편하는 시도를 눈여겨볼 수 있다.

《애도공식》 전시 전경(공간 힘, 2018) ©공간 힘

4. 그동안 현장을 몸소 체험한 주용성은 《애도공식》을 통해 제도의 절차적 모순에 대해 일련의 질문을 던지고 이를 바탕으로 기록의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애도의 뒷면을 조명하고 이 지점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논쟁적 상황(공간)을 제안한다. 어설픈 다큐멘터리 ‘사진사’들이 보여주는, 그저 ‘찰나’의 순간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켜 당사자들의 불편함을 시각적으로 노출시키는 그러한 영역이 아니다. 현장에서 얻어진 신념을 통한 사회 내러티브의 불편한 구조를 담은 것을 비롯해 ‘사진’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서술하고 있다.

다만, 미완의 애도에 대한 열망은 가득하나 해결되지 못하는 윤리적 문제에 천착한 나머지 다소 무분별한 플래시를 터뜨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뒷면의 기록에 대한 서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용성의 사진이 가지는 의미는 무거우나 그 자체로 전시되었을 때 이미지의 조형성은 연약함에 의거한 예술 실천이라는 맥락을 지우기 어렵다. 애도와 공식화된 절차적 맥락을 비판한다는 소재적 특수성에 의해서만 작품을 감상할 수밖에 없는 단편적인 공간만을 제공한다는 것도 《애도공식》에서 드러나는 한계점이다. 이는 랑시에르가 지적한 불일치의 공론화라기보다는 일치의 맥락에서 신파적 장치들이 작동함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사건들이 발생한 이후 추상적 보편성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절차적 애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 보편성에 대한 가능성의 질문을 서술하려는 실천은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다. 동시대에 부유하는 어설픈 조형과 미시적 서사에 기대어 억지스러운 일상 담론을 끄집어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조금은 투박할 수도 있고 유행과 거리가 먼 이미지로 오인할 수 있지만 진지한 담론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주용성의 《애도공식》에서 균질화된 파편(사건)들은 논쟁적 상황(공간)을 발명하는 것을 시도하며 동시대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김한량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