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성(b. 1989)은 지나버린 것이 남긴 풍경과 사회적인 문제, 특히 정치적이고도 사회적인 죽음에 관심을 두고 사진을 찍는다. 작가는 그러한 현장에 방문해 그곳과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크게 드러내지 못한 작은 목소리들을 시각 이미지로써 발화한다.


《애도공식》 전시 전경(공간 힘, 2018) ©공간 힘

2018년 공간 힘에서 열린 주용성의 첫 개인전 《애도공식》은 공권력에 의한 죽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의 정치적인 이유들로 공식적인 애도, 추모, 기념의 행사로 다시 호명될 때, 그 죽음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연출되는지에 대해 다룬다.
 
더불어, 작가는 이를 통해 과연 우리가 사회의 많은 죽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애도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애도의 형식들을 우리는 진정하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묻는다.


주용성, ‘애도공식’ 시리즈, 2018 ©주용성

공권력에 의한 희생자들에 대한 조치는 정치적 목적이든 아니든 간에 다음 정권이 들어선 뒤 ‘재조사’ 그리고 ‘추모(애도)’로 이어지곤 하지만, 결과는 절차적인 ‘애도’로 반복되어 왔다.
 
주용성은 이러한 공권력의 모순된 행태 속에서 ‘애도’에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그의 개인전 《애도공식》으로 현실 속 애도의 비현실적인, 어긋난 뒷면 풍경을 사진으로 묘사한다.


《애도공식》 전시 전경(공간 힘, 2018) ©공간 힘

《애도공식》의 전반적인 풍경은 사건들의 균질화된 파편으로 드러난다. 기억의 조각이 퍼져 있지만 균질하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권력 특유의 정형화된 나열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사진과 구조물들이 위치해 있다. 사진은 기억에 대한 입체적인 형식으로 시각화되어, 사진과 목재 구조물이 합쳐져 다시금 사진 속 묘사된 장면을 더듬을 수 있게 장치화한다.


주용성, ‘애도공식’ 시리즈, 2018 ©주용성

작품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 제주  4.3 평화공원, 파주 적군묘지 등 죽음과 관련한 기념비적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예를 들어, 추모식 이후에 제단 위에 올라가 영정을 치우는 장면인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 안산, 대한민국(2018)〉, 영정을 노란 노끈으로 겹쳐 봉해 놓은 모습을 설치한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 추모제, 서울, 대한민국(2018)〉을 비롯한 작품들은 ‘공식’의 ‘순간’을 유감없이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불편한 풍경을 드러낸다.


《애도공식》 전시 전경(공간 힘, 2018) ©공간 힘

이렇듯 주용성은 공권력이 ‘희생(죽음)’을 선사하고 다시금 절차적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것에 파고든다. 절차화된 애도의 모습과 그 이면을 기록하는 작가는 모순되거나 허구적인 장면을 포착함으로써 그간 외면하거나 눈여겨보지 않던 애도의 균열을 드러낸다.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 전시 전경(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 2021)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

그리고 주용성은 2021년 개인전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에서 한국전쟁이 낳은 희생자인 기지촌 여성들의 잊혀진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의 주둔과 함께 전국 각지에는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기지촌’이 형성되었다. 이곳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미군을 상대로 한 윤락 산업의 중심지로 기능했다. 이곳에서 일한 여성들은 ‘양공주,’ ‘양색시’라는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리며 사회적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주용성, 〈김복남, 평택, 대한민국〉, 2021, 피그먼트 프린트, 53.3x40cm ©주용성

그러나 이들을 향한 시선과는 달리, 정부는 이 여성들을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 역군’으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기지촌 여성들은 사실상 ‘미군위안부’로서 국가와 군사동맹 유지의 도구가 되었으며, 많은 여성들이 취업 사기, 인신매매 등을 통해 강제로 유입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발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강제성과 착취가 깊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현실이었다.


주용성, 〈조은자, 평택, 대한민국〉, 2021, 피그먼트 프린트, 90x120cm ©주용성

1970년대 들어 미국은 주한미군의 주둔 조건으로 기지촌 환경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기지촌 정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지촌 여성들은 더욱 철저한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성병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미군 접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실상 제도적인 성 산업을 운영한 셈이다.


주용성, 〈박영례, 평택, 대한민국〉, 2021, 피그먼트 프린트, 90x67.5cm ©주용성

기지촌 여성들은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다. 사회적 낙인은 그들에게 말할 권리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개인의 선택"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때로 역사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들을 특정한 삶으로 내몬다.
 
주용성은 이 기지촌 여성들을 단순한 역사적 존재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즉 살아 있는 존재로서 조명하며,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발언하고자 하였다.


주용성, ‘붉은 씨앗’ 시리즈 ©주용성

또한, 2024년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ReFrame》에서 작가는 한국전쟁기 민간이 학살 희생자에 대한 기록을 담은 ‘붉은 씨앗’ 연작을 소개했다.
 
이승만 정부는 과거 좌익 활동에 가담했던 전향자들을 보다 쉽게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정당한 재판 절차조차 없이 연행하여 구금하고, 처형하였다.


주용성, ‘붉은 씨앗’ 시리즈 ©주용성

이러한 학살은 주로 전쟁 초기 군경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세가 역전되어 북한군이 후퇴한 이후에는 적군에 부역했거나 그렇게 의심받은 이들을 상대로 한 보복적 성격의 학살이 반복되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이처럼 학살된 민간인의 수는 관점에 따라 3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까지 추산된다.


주용성, ‘붉은 씨앗’ 시리즈 ©주용성

주용성은 이러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조사하며, “적법한 재판 절차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학살할 수 있는가?”, “왜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가해자자의 사과는 커녕, 억울함과 슬픔을 표현하는 일조차 사회적 금기가 되었는가?”, “학살 피해자들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거나 그렇게 추정되는 장소들은 왜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는가?”와 같은 의문을 품었다.


주용성, ‘붉은 씨앗’ 시리즈 ©주용성

이에, 작가는 정부의 추가 조사나 발굴이 중단됨에 따라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결성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수십 년간 증언과 기록 속에서만 존재하던 사건의 구체적인 장면과 증거들을 실제 발굴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발굴을 통해 수습된 각 부위의 뼈와 유품(비녀, 유리구슬 등)은 희생자의 성별과 연령을 파악하는 주요 단서가 되었다. 또한 희생자들을 결박했던 도구, 현장에서 출토된 탄피와 탄두는 그동안 기록이나 증언으로만 전해지던 가해자를 추정하거나 입증하는 물적 증거이기도 하다.


주용성, ‘붉은 씨앗’ 시리즈 ©주용성

이러한 유해 발굴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복원하는 작업을 넘어서,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이들의 존재를 현재의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위로하고 기리는 ‘제의(祭儀)’의 성격을 지닌다. 동시에, 타의에 의해 지워진 이들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냄으로써 이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드는 ‘기억의 행위’이기도 하다.
 
주용성은 이러한 ‘기억의 행위’를 사진이라는 또 다른 기억의 매체로 다시금 전사한다. 그렇게 종이 위로 남겨진 현장의 기록들은 여러 시공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기억에 안착하며,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가 된다.


주용성,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 시리즈 ©주용성

이렇듯 주용성은 과거와 현재의 사회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당한 사건들에 주목하고, 그것이 남긴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의 앞면을 기록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잘 보이지 않던, 혹은 숨겨져 있던 어긋난 지점들을 포착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사회의 모순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동체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이들의 존재를 현재의 살아 있는 기억으로 담아내며, 침묵해야 했던, 혹은 묻혀진 이들의 이야기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들은 단순한 역사적 존재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제는 우리가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주용성, 작가노트) 


주용성 작가 ©주용성

주용성은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 평택, 2021), 《애도공식》(공간 힘, 부산, 2018)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스토리지 스토리》(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 2025), 《Intersections》(HikoHiko Gallery, 도쿄, 2025), 《ReFrame》(류가헌, 서울, 2024), 《우리가 그랬구나》(The Page Gallery, 서울, 2024), 《정착세계》(북서울미술관, 서울, 2022), 《경계에서의 신호》(남서울미술관, 서울, 2021), 《아시아의 도시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