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캐비넷 earcabinet》 전시 전경(문래예술공장, 2022) ©서민우

완벽한 소리를 경험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가끔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볼 때 완벽한 소리를 경험하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출력되는 소리를 완벽히 감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듣기 좋거나 음악이라 생각되는 소리는 사실상 인간의 인지적 한계에 따라 착각으로 볼 수 있다. 소리는 시스펙트럼에 존재하는 무수한 음역들이지만, 지각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등의 행위를 거쳐 ‘소리’로 경험된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결과에 머물러 완벽한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다고, 그저 1bit가 남아도 완벽한 음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을 뿐이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단 한 번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완벽한’ 청취 경험은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가?

《earcabinet》 쇼케이스는 서민우의 앨범 〈earcabinet〉(2022) 발매를 기념하는 전시이자 공연이다. 이는 작가의 소리 실험에 대한 일련의 실험을 드러내는 ‘소리(Eartrain)’ 시리즈의 여정에 속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쇼케이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연장의 문법보다는 다른 음 환경을 설정한다. 잘 들려서 ‘완벽한’ 것이 아닌, 오히려 어떤 곳에서도 절대 소리를 완벽히 들을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 이에 따라 청자는 본인 스스로의 청취 경험을 역설하여 작가가 ‘선별’한 소리를 감각해야 한다. 그렇기에 본 쇼케이스는 음악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소리에 대한 환영에서 탈피한 경험인 것이다.

소리는 우리 주변의 물질을 포함한 고체의 움직임을 통해 전달된다. 이에 매질을 통해 진동하는, 이때 소리는 끊임없이 부딪히는 작은 입자들의 진동을 통해 청각화되기에 고정된 실체로서 물성을 가지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성질을 토대로 소리가 공간을 물리적으로 인식 재배치하는 상황을 실험하기 위해 그 환경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감각되는 청취는 사건에 구조적으로 설계된 환경 안에서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의 중첩된 공간으로서 드러난다.

《이어캐비넷 earcabinet》 전시 전경(문래예술공장, 2022) ©서민우

공간의 축을 이루는 것은 ‘소리 조각’이다. 아마 ‘소리를 조각한다’기 보다 ‘소리를 통해 공간을 조각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작가는 소리가 매질을 통해 진동하며 공간을 점유함에 주목하여, 관람을 통해(sound wave)를 만들어 낸다. 결과물은 조각가와 같은 조형의 구체화인데, 이 조각은 소리를 위한 지지체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조형을 변환하는 과정 사이에 있다. ‘물리적 조형’과 ‘재료적 특질’의 양측에서 소리의 현상을 실험하는 작업이므로 조형적 언어, 그리고 조형 그 자체의 성질을 환기함과 동시에 그것의 위상을 다시금 환원하도록 만들기 위한 설계로 여겨져 보인다.

그렇기에 소리를 위해 만들어진 조각은 전적으로 그 내부에 위치한 – 작가가 직접 제작한 – 스피커의 진동과 진폭, 그리고 주파수의 설계에 의존한다. 스피커는 그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출력하며, 고정이 조형되는 방식과 위치는 깊이만큼 달라진다. 작가는 스피커를 개조하고 또 변형하여 공연을 위한 악기이자 조각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대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본 쇼케이스는 2021년 진행된 전시 《EarTrain_Reverse》에 출품됐던 소리 조각 두 점과, 2022년 초에 진행한 공연 《eartrain tuned》의 레퍼런스를 담고 있는 스피커 두 대, 그리고 앨범 〈earcabinet〉(2022)에 수록된 11개의 사운드트랙을 출처로 한 실태모션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공간 안에서 실체적 환경을 지배하고 있어서 산출되고 매개되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로써 관객은 각자의 위치와 행동, 자세에 따라 지각의 위치가 상이하다.

이번 쇼케이스는 《EarTrain_Reverse》의 소리를 리뷰를 제작해 음악적 흐름과 함께 작가의 개입, 주관성, 조형성과 결합하여 소리 조각과의 협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들이 구축한 ‘Eartrain’ 시리즈의 변주와 재구성은 기존의 문법을 갱신하며 소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글: 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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