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2nd Sambo Art Prize》 © Daegu Art Center

‘삼보미술상’은 삼보문화재단과 삼보모터스(주)가 후원하여 제정된 상으로 미술 분야의 대표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을 통한 상금 지급으로 선정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대표 기업과 문화예술기관 간의 끈끈한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문화예술 후원 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10년 약정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기부 문화의 아름다운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제2회 삼보미술상’에서 수상한 홍유영, 이호수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 6~7전시실: 이호수
· 전시주제: 시-공간 여행Ⅱ(Space-Time Travel Ⅱ)
· 작가노트 : 시간은 더 이상 선형적 흐름이나 측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원래 시간을 재기 위해 고안된 진자의 운동을 그 목적에서 이탈시키며, 반복과 진동이 가져오는 비선형적 리듬 속에서 시간의 기원 혹은 ‘시간 이전’을 사유하려 한다. 이는 경험 이전의 감각 형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자, 의식이 붙잡을 수 없는 전의식적 시간대에 닿으려는 일종의 실험이다.

이번 전시는 기계·감각·신체·장소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형성하는 복합적 시간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인지적 틀, 시간·공간·신체에 선행하거나 그 바깥에 존재할 수 있는 감각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그의 작업은, 결과적으로 ‘측정 불가능한 시간’을 조각적 언어로 실험하는 하나의 사유 실험이 된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사고 실험의 현재형이다.

 
■ 8~9전시실: 홍유영
· 전시주제: Silence Between Structures 
· 전시소개: 자크 랑시에르(Jacque Racière)의 『픽션의 가장자리(The Edges of Fiction)』(2017)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1929)에 관한 글에 언급되었던 네 개의 다른 서술자의 목소리와 복잡하게 기교를 부린 파열된 시간성들은 단순히 다른 시점들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음과 말해질 수 있음의 정치성 즉 말할 수 있는 것과 말이 의미가 되는 방식의 또다른 구성을 드러낸다. 특히 네 개의 목소리들 중 말없는 자의 말을 하는 지적 장애인인 벤지는 사회적으로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자 즉 소음을 내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그의 파편적인 소음은 소설 속에서 기존 서사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감각의 분할 및 질서를 만들어낸다.

《Silence Between Structures》(2025)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작동되는 구조와 시스템, 질서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파편화된 소음으로 간과되는 실체들을 감각의 층위로 떠올려 본다. 구조들 사이의 틈과 정지된 순간들 사이에서 어떻게 저항하며 잠재적 변화를 위한 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단순히 건축된 것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구축된 체계 안에서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숨겨지며 지워진, 침묵 속에 감춰진 질서와 관계 그리고 저항의 공간을 드러낸다. 구조들 사이의 침묵은 단순히 빈 공간, 공허 또는 고요함이 아니라 이질적인 장치로서 구조들 사이에서 작동하며 견고하고 지배적인 질서의 관계를 미세하게 흔들고, 미세하게 생긴 균열 사이로 구축된 공간적 배열 속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권력, 존재, 부재의 역학 관계를 재고하게 한다.

특히 “말의 모든 방향 지어진 도정을 없애 버리고, 말하는 존재들 사이의 모든 위계를 거부하는 비인칭적 글쓰기” 방식을 주목한다.  소리와 분노의 이야기,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이야기에 내재된 말하지 않는 자의 것으로 간주하는 침묵은 시제와 목소리의 파열을 만들며 특정 사건을 무한히 지연시켜 현재 시제에 함께 놓이게 한다.

유리 판재, 가는 선, 전시장 백색 벽면과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색, 철거 지역이나 이동하는 공간 등에서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처럼, 눈앞에서 쉽게 사라지거나 포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대상들을 주목하며, 이들이 지닌 연약한 물질성을 극대화한다. 이렇게 재구성된 시제와 이야기들은 관계와 질서, 말과 침묵, 구조와 비가시적 대비 사이에 놓인 복합적이고 미묘한 연동을 끌어올린다. 지배적인 구조 안에서 의미가 유보되거나 저항의 형태로 머무는 침묵의 간극 속에서, 체계는 미세하게 흔들리며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긴장 관계를 천천히, 비스듬한 각도로 드러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