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슬(b. 1990)은 ‘디지털 추상 무빙 이미지’를 기반으로 스크린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감각과 서사를 탐구한다. 작가는 이미지 데이터를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동시대 이미지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신체성이 기록된 하나의 사물로 바라보며, 보는 이가 그 물성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영상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송다슬, 〈night_drawing_pano_ver2_02〉,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9분 ©송다슬

송다슬의 작업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특히, 작가는 다양한 디바이스, 스크린 속 시각적 요소의 풍경과 그 너머의 외부현실이 굴절되고 침투하는 이미지의 속성에 주목한다.
 
이를 시각화 하기 위해 작가는 추상 무빙 이미지를 추동하는 ID를 생성하고,이를 통해 이미지 데이터를 생성 및 현실화 하는 방법론을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물화된 디지털 살갗은 미디어 네트워크와 현실 사이를 유동적으로 넘나들며, 신체 감각을 변형하는 역할을 한다.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전시 전경(문화역서울284, 2021) ©송다슬

이처럼 송다슬의 작업은 물질과 가상이 상호 침투하는 혼종적 감각의 층위를 시각화 하며, 현실과 이미지 데이터 그리고 이에 매개된 신체의 관계를 확장하고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2021년 타이포잔치 《거북이와 두루미》에서 선보인 미디어 작업 〈Riverside_Panorama & Zoom〉(2020-2021)은 무빙 이미지를 시간의 물성을 상상할 수 있는 질료로 상상하며, 이를 ‘지속하는 현재’라는 시간성이 발생시키는 감각의 선상에서 일시적 순간을 붙잡아 나열한다.
 
이 작업에서 송다슬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펼쳐진 선상 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 주는 권태감을 현재의 반복이자 지속으로 인식했다. 작가는 이러한 감각에서 파생되는 이동하고 있지만 정지한 상태, 반대로 정지해 있지만 계속 이동하는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차이와 반복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제작했다.

송다슬, 〈Riverside_Panorama & Zoom〉, 2020-2021, 5채널 비디오, 사운드, 컬러, 34분 18초 ©타이포잔치

영상 속 각기 다른 방향의 축으로 탈주하는 이미지의 움직임과 그 반복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의 감각에서 미끄러져 이미지 표피 밑으로 침잠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울러, 〈Riverside_Panorama & Zoom〉은 석빙 또는 석순 형태의 오브제와 바닥에 다양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모니터 여섯 대, 그리고 일그러진 패턴 형태를 띠는 무빙 이미지 세 점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오랜 시간이 응축된 광물을 모방한 오브제를 제작해 각각 x축과 z축을 진동하는 비디오 오브제를 물리적 공간에 고정시킨다.


《Web of P》 전시 전경(더레퍼런스, 2022) ©송다슬

한편, 2022년 더레퍼런스에서 열린 개인전 《Web of P》에서 송다슬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페넬로페의 이미지를 작업의 발단으로 삼았다. 그가 참조한 ‘페넬로페의 베 짜기(The web of Penelope)'라는 개념은, 오늘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수행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일을 의미한다.
 
그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반복되는 낮과 밤, 그리고 베의 정교한 패턴을 직조하는 수공예 작업에 몰입하고, 그 과정을 다시 해체하는 행위는 페넬로페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오디세우스라는 미래의 기약을 지운다면, 자신의 방에 칩거한 채 이루어지는 창작과 파괴의 행위, 베를 구성하는 다양한 패턴의 그 집합체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Web of P》 전시 전경(더레퍼런스, 2022) ©송다슬

송다슬은 이러한 물음에 대응하기 위해 페넬로페라는 역할에 동화되어, 이미지라는 단위를 강박적으로 추상화 하였다. 서로 다른 시공간이 혼재되는 과정에서 소용돌이치는 오한의 감각을 기록한 베는,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이미지 조각들로 직조된 송다슬의 디지털 추상 무빙 이미지로 전환되어 공간에 새롭게 제시되었다.
 
그 과정에서 신화적인 서사는 와해되고, 파편으로 산개한 이미지만이 관객에게 현전한 채, 가상의 촉각성과 청각성을 발생시킨다. 이는 베를 짜는 낮을 현실로, 베가 해체되는 밤을 미디어의 공간으로 상정하고, 두 영역과 매개된 신체의 불확실한 감각과 동시대 이미지가 생산 및 소비되는 구조, 그 구조를 순환하고 있는 이미지 자체의 성질을 재고하도록 유도한다.


《THE CHAMBER》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4) ©송다슬

방에 칩거한 채 베를 짜고 다시 해체하는 페넬로페의 반복된 창작과 파괴의 시간은 작가의 작업과 닮아 있었다. 어떠한 형상이나 뚜렷한 서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마치 노이즈처럼 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무언가가 완성된 상태보다 그것이 해체되거나 분열되어 가는 상태를 보여주려는 듯 하다.
 
이처럼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송다슬의 작업에 대해 황재민 비평가는 “끊임없이 상승하려는 엔트로피의 논리에서 벗어나 네겐트로피를 생산하려는 글리치”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선형적인 타임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끝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하며, 시간의 흐름을 감각 그대로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다.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5) ©캡션 서울

나아가 최근의 작업에서 송다슬은 다양한 정체성과 신체가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과정을 통해 질서와 파열이 만나는 경계 지점에 대해 다룬다. 예를 들어, 2025년 캡션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에서 작가는 디지털 네크워크의 오류인 글리치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아르테미스와 님프 신화의 장면을 재구성함으로써, 기존의 신화를 해체하고 익명적이고 다성적인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전시는 달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 질서와 파열이 만나는 경계에서 출발한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자 상흔과 균열을 간직한 표면으로, 달이 떠 있는 무대는 이성적 질서가 지배하는 남성적 공간이 아닌 그 아래 잠들어 있던 파열이 드러나는 영역으로 전이된다.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5) ©캡션 서울

전시에서 달빛은 현실과 환상을 잇는 매개로 기능함으로써, 불완전한 이탈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이때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글리치는 단순한 오류가 아닌 감각적 저항의 단위이자 디지털 태피스트리의 기본 요소로 작동하며, 난독의 이미지-서사로 변환된다.
 
아울러, 작가는 이 전시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2011) 속 인물 저스틴을 단초로 삼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에 순응하려 했던 저스틴은 지구 멸망이라는 비이성적 사건 앞에서 역설적인 해방감을 경험한다.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5) ©캡션 서울

송다슬은 달빛 아래 나체로 드러난 저스틴을 ‘아르테미스’라는 독립적 존재로 변용하고, 다시 익명적이고 다중적인 몸인 ‘님프’로 분열시키고자 하였다. ‘저스틴-아르테미스-님프’로 교차되는 ‘몸’과 ‘정체성’은 계속해서 해체되고 서로를 비추며 재조립되는 과정 속에 놓인다.
 
나아가 송다슬은 ‘문태닝’과 ‘디지털 살갗 나누기’의 과정을 통해 익명의 관객을 ‘님프’로 호명하고자 하였다. 관객은 달빛의 기이한 열기가 만들어 낸 화상(火傷–畫像)의 표면, 그리고 그 층위 너머로 전이되며, 자신의 몸을 매개로 새로운 신체성과 정체성을 감지하게 된다.


송다슬, 〈Veil of Nyx: Bugs, Dresses, Forest, Indexes, Lilies, Nymphs, Windows〉, 2025, 마이크로 시어 쉬폰에 UV 프린트, 140×230cm, 32장, 가변 설치 ©캡션 서울

커튼 형식의 설치 작업 〈Veil of Nyx〉(2025)은 공간을 분할하면서도 서사를 이어주는 장막으로, 이전 작업의 단초가 되었던 페넬로페에서 저스틴을 거쳐 아르테미스-님프로 이어지는 여성 변신 이야기를 디지털 드로잉으로 펼쳐낸다. 이 다수의 천 프린트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전시의 과거-현재-미래로의 여정을 응축해 담은 기록물이다.


송다슬, 〈Tendrils〉, 2025, 4가지 타입의 덩굴과 님프의 제스처를 닮은 형상의 부속품, 철판 컷팅, 가변 설치 ©캡션 서울

또한 이 작업은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에서 4가지 타입으로 구성된 〈Tendrils〉(2025)에 의해 지지되었다. 이는 장막 아래에서 자라나는 감각의 촉수이자, 님프의 제스처를 물질화한 부속품으로, 장막과 신체, 그리고 서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신경망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장식의 언어로 기능한다.
 
그의 작업에서 장식은 의미의 중심을 해체하고 질서의 표면에 미세한 균열을 내는 전복적 장치이자 행위로 작동하며, 그 반복과 과잉, 그리고 불필요함을 통해 감각이 본래의 위치에서 이탈해 자율적으로 진동하게 만든다.


송다슬, 〈Skin Samples: Chimaera〉, 2025, 디지털 이미지 ©송다슬

이처럼 송다슬은 신체의 변이와 정체성, 그리고 그것을 매개하는 이미지-데이터의 상호작용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네트워크, 이성적 질서를 이탈하는 새로운 여성적 언어와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디지털과 물질이 교차하는 오류, 변형, 그리고 유동성을 표면 위로 끌어올리며, 고정된 의미 체계의 세계를 넘어선 또 다른 층위의 세계로 이끈다.

 "나에게 이미지 데이터는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동시대 이미지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신체성이 기록된 하나의 사물이다. 그 자체의 물성과 그 집합이 만들어 내는 무드의 구조,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서사를 직조하고 있다."   (송다슬, 2025 아르코데이 인터뷰 중) 


송다슬 작가 ©송다슬

송다슬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비디오아트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캡션 서울, 서울, 2025), 《Random Play, 랜덤 재생》(금천예술공장 PS333, 서울, 2025), 《Web of P》(더레퍼런스, 서울, 2022), 《Random Play, 랜덤 재생》(갤러리175, 서울, 2022)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THE CHAMBER》(캡션 서울, 서울, 2024), 《PACK WEEK 2022》(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22), 《2022 비디오바이츠》(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22), 《굴러가는 검은 돌: Obsidian, roll over and over》(신한갤러리, 서울, 2021),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문화역서울284, 서울, 2021), 《더블 네거티브: 화이트 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아르코미술관, 서울, 2018), 《DATAPACK》(일민미술관, 서울,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송다슬은 2024년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25 아르코데이의 ‘아티스트 라운지’ 작가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