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wa Kim, Frequency Shower, 2024 © Suhwa Kim

우리는 가상 공간에서 쉽게 연결되고 쉽게 끊어진다. 디지털 매체를 경유하는 우리의 만남은 서로를 물리적으로 더듬을 수 없지만, 개별 신체가 보거나 듣거나 읽는 행위를 하고 이 메시지 뒤에 있을 상대와 만난다는 느낌을 재차 획득함으로써 작동한다.

가상에서의 성공적인 교류를 반복하며 우리는 원하는 정보와 대상들에게 언제나 도달가능할 수 있다는 확신과 충만함의 감정을 은연중에 축적하는데 나는 그것을 충만과 유사한 감정, ‘유사 충만’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리적인 공동 경험이 부재한 소통 행위가 믿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들에 대한 알아차림과 적응은 디지털 매체들과 함께 파편화된 감각 속에서 살고 있는 2024년의 우리가 확대해서 들여다보아야 할, 줄곧 갱신 중인 신체 감각일 것이다.

Suhwa Kim, Connecting practice: we meet there, 2024 © Suhwa Kim

2023년부터 와이파이 신호를 비롯한 무선 통신 주파수를 탐험하기 위해, 신호들을 감각의 영역으로 변환하는 작은 기계를 만들고, 그것을 여러 공간에 설치하면서 주변 환경과 몸의 반응을 관찰해왔다. 신호의 끊어짐과 연결됨, 보이지 않음과 예상할 수 없음, 불안정성과 통제 불가능성 등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나의 몸을 통과할 무한한 신호들을 상상하고, 그 신호들이 통과할 또다른 개체들의 몸을 더듬으며 마침내 먼 시간으로부터 먼 공간으로 향하는 사이에 있기를 선택해본다.

이 전시를 통해 언제나 이동하는 진동으로서 ‘우리’가 미지의 ‘거기’에서 만날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으로부터 출발하여 보면서 보지 않고, 만지며 만지지 않고, 들으며 듣지 않는 만남에 대한 생각과 수행을 담은 영상과 글을 나누고자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