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One’s Scenery》 © Oro Minkyung

작가노트
 
#바닥

나는 바닥을 생각한다. 나와 당신의 밑바닥. 모든 무게를 받는 바닥. 바닥은 종종 그 곳을 이야기한다. 내 방 바닥에는 언제부턴가 반달모양의 움푹패인 흠집이 생겼고, 을지로4가의 바닥은 사방이 금이다.

#구멍
나의 눈도 구멍, 나의 입도 구멍, 나의 귀도 구멍, 나의 코도 구멍, 나의 엉덩이도 구멍, 공자의 공도 구멍. 토끼의 굴도 구멍. 헤어나갈 구멍. 빠뜨릴 구멍. 나는 언제나 작은 구멍으로 본다.

Installation view of 《One’s Scenery》 © Oro Minkyung

일상에서 우리는 여러 풍경들을 마주한다. 그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은 파편처럼 흩어져 기억으로 남고, 그것들의 재 봉합으로 생각의 긴 터널들이 만들어진다. 나의 머리 속에는 완성되지 못한 흐릿한 풍경들이 마치 안개처럼 터널을 메우고 있는데, 나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안개처럼 흐릿한 풍경들을 그 상태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졌다.

관심을 가지고, 혹은 인내를 가지고 바라보고, 드러내고 싶은 풍경은, 단정하게 비춰지는 모습들의 이면의 것들에 있다. 평화로운 수면 아래에 감춰진 이면의 모습들 말이다. 그런 관심 때문인지 어떤 상황들의 밑바닥이 궁금해졌다. 아니 밑바닥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어떤 풍경 속에 늘 상 그 맨 밑을 차지하는 그 바닥. 모든 것의 발을 받혀주는 그 바닥은 모든 것의 발을 받혀주기에, 땅 위의, 땅 속의 모든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지켜들을 수 있다. 모든 풍경의 숨겨진 목격자인 것이다.

나는 나의 동선에 따른 풍경의 소리를 바닥에 놓고 수집하고, 그 동안 담아뒀던 몇몇 풍경의 소리들을 꺼낸다. 나의 두 눈, 두 귀, 두 코, 나라는 작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작은 구멍들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사적이고 좁은 풍경이다. 그것은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긴 터널일지도 모른다. 작은 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구멍 밖의 풍경은 때로 실제와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고, 때로 반대로 두렵고 잔인할 때도 많다.

구멍은 편협하지만 그래서 또한 그 만의 소리를 내게 하며, 그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바닥이 풍경을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바람을 가지고 있다면, 구멍은 그의 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출구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의 밑바닥에 있다면 그것을 토해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또한 구멍이다. 나는 그렇게 작은 구멍으로 나의 어떤 풍경들을 바라보며 기억하고, 그 사적 풍경들의 희미한 이야기들을 다시 사람들에게 꺼내어 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