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Love from Ruins》 © Oro Minkyung

작가노트
 
#1 들어가며

《폐허에서 온 사랑》은 아트잠실, 김수진 작가님의 초대로 열릴 수 있었다. 아트잠실 공간은 김수진 선생님의 작업실이자 전시장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마감뉴스' 라는 활동을 통해 깊은 인연이 있었던 김수진 작가님께서, 소리소문 없이 지내는 시간에 안부를 보내며 전시를 제안해주셨다.

이곳에서 나는, 완결된 작품이 아닌 어리석은 사랑의 운동 속에서 만나왔던 시간을 나누고 싶었다. 마음을 따라 갔던 연대의 자리들, 누군가 쫓겨나는 자리에 누군가를 지키러 온 사람들. 부숴지는 물건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 음식들, 그럼에도 실패하게 되는 사랑. 그렇지만 다시 구원을 바라게 되는 마음. 그 복잡성들 사이에서 제게 빛이 되어주었던 활동과 사람들, 편지, 책들을 함께 쌓아두며 읽고, 만들기 워크숍과, 상영회, 공연을 이 공간에서 꾸렸다.

Installation view of 《Love from Ruins》 © Oro Minkyung

#2 전시장

초대의 글

언제부터일까, 서울은 매일 조금씩 무너지는 도시처럼 보였다. 무너지는 도시 속에서 살다보니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힘들이 느껴졌다.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미움의 긴장감, 쟁취와 상실의 마음, 바닥에 바스라지는 헛헛한 감정의 생태계가 펼쳐지는 공간들.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것들 사이에 둘러싸이다 보면 생각도 감각도 파괴의 상상을 넘어가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

상실의 두려움 밖을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환경과 몸이 주고받는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파괴된 자리의 잔재들, 방치된 공터, 작은 파편들의 모양 앞에서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늘 궁금증이 생겼다. 누군가 누군가를 혐오할 때 누군가는 다시 씨앗을 심는 마음. 그 앞에서 조금 더 혼란스럽고 조금 더 투명해지는 사랑의 운동이 있었다.

《폐허에서 온 사랑》은 더 이상 도약할 수 없었던 폐허의 자리에서 만났던 사랑, 나를 폐허로 이끌었던 사랑, 폐허를 마주할 힘을 주었던 사랑을 기억하며, 사랑의 다양한 모습에 질문하는 작업이다. 그것은 자신의 이름을 상실하고 다시 되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함께’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너진 것들 사이에서 피어올라오는 여린 새싹, 가장 어두운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는 옅은 빛들에 대한 질문과 애정을 당신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