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li Me Tangere》 전시 전경(갤러리도스, 2017) ©임희재

[작가노트]

내가 그리는 대상들은 공연히도 늘 유리 뒤편에 있다. 이 방해물 너머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TV 속에서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숨 가쁘게 쫓을 때, 우린 그것이 닿을 수 없는 풍경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화면 안의 압도적인 몰입감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을 상실한 이것은 연극무대에 더 가깝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거리를 두고 관광객으로서 본 살육 장면은 로맨틱해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자연이 그 자체로 온전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반사된 표면 뒤에 있는 것은 완전한 것이 되기엔 너무 많이 다듬어진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포식자와 먹이가 역할을 분담하고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임희재, 〈MNK001, 2017, 캔버스에 유채, 130.3x162.2cm ©임희재

여기서 내가 주목했던 것은 이 역할극의 부산물이다. 서사보다도 그 서사에 이입하기를 유도하는 시각적 장치들이 나에겐 더 강렬하게 느껴져 회화로서 문맥 밖으로 이미지를 꺼내보려 한다. TV화면 같은 가공된 틀과 다르게 캔버스는 이미지가 단순한 미끼나 장치가 아닌 인상 그 자체로 기능할 수 있는 안전망이 되어준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붓 터치에 의해 대상의 형체는 깨지고 흐려져 정체를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화면의 이미지는 하나의 인상으로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 인상은 물감과 캔버스라는 물리적인 형태를 만나 기능하지도 흡수하려 하지도 않는 것으로서 관객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경계 앞에서 우리는 외롭게 남아야 하지만 그 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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