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나, 〈The Birth of Venus, 2019, 혼합매체, 가변크기 ©유해나

P. Bibeau는 LA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유해나의 전시 《The Birth of Venu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9년 LA에서 처음 선보였던 《The Birth of Venus》의 두 번째 버전이며, 동시에 유해나의 첫 뉴욕 개인전이기도 하다.

이번 조각 설치에서 살아 있는 듯 구현된 것은, 작가가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지켜보며 품었던 사유이다. 서구 의학(침습적 수술 및 치료에 대한 의존), 그리고 동양 의학(약초와 비타민에 대한 의존)의 지속적 섭취 속에서, 유해나는 어머니가 두 체계 사이를 오가며 장수를 약속하는 모든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던 과정을 목격했다. 이러한 결심은 임박한 쇠약함을 늦출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루틴을 만들어냈고, 이는 정신을 붙잡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기능했다.

유해나, 〈The Birth of Venus〉, 2019, 혼합매체, 가변크기 ©유해나

현대의 삶은 영적 가치를 모욕한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육체적 아름다움의 성찰이 영적 아름다움과 직접적으로 뒤섞여 있기에, 오늘날 우리에게 심각한 문화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시간이 지나며 신체가 변하고, 나아가 죽음을 살짝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 그 사이에는 정지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The Birth of Venus》는 이러한 욕망을 중심으로, 현대적 재료들로 구성된 하나의 물질적 기록을 모은다. 합성 화장품, 파우더가 담긴 플라스틱 케이싱, 한약 추출액, 알약, 오일, 크리스털 왁스, 각질 제거 마스크, 크림, 인조 속눈썹, 향수 샘플, 에스티로더 Advanced Night Repair 병들, 수잔 손택의 『Illness as Metaphor』(1978)와 샹탈 애커만의 『My Mother Smiles』(2013)의 사진과 텍스트—이 모든 것들은 윌렌도르프의 비너스 형태를 한 세라믹 증류기(증류 장치) 아래에서 한데 모인다.

유해나, 〈The Birth of Venus〉, 2019, 혼합매체, 가변크기 ©유해나

질병과 노화를 개인의 실패로 의인화하는 문화는 자본의 기회가 되고, 다양한 치료법은 통제 불가능한 생물학적 반응을 교정하는 해답으로 시장에 등장한다. ‘표면을 보존’하려는 강박적 믿음은 곧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며, 사건의 비(非)픽션적 측면—즉 고통, 죽음, 삶의 조건이 신체에 드러나는 진실—을 최소화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의에서 ‘웰니스’란, 육체를 초월하기 위해 동원되는 능력·에너지·자본의 과잉, 다시 말해 고통과 죽음, 살아 있음의 책임, 그리고 신체가 보여주는 삶의 조건을 딛고 올라가려는 오늘날의 열망을 의미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