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호 도킹》 전시 전경 © RIP Space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RIP space는 한국의 저명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얄루의 작품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로 소개하는 전시 《신인호 도킹》을 큐레이터 베라 페투호바(Vera Petukhova) 기획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정체성, 신화, 세대 간 스토리텔링을 몰입형 방식으로 탐색한다.

《신인호 도킹》은 얄루의 할머니를 ‘신인호’라는 인물로 재상상하는 데서 출발한다.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는 86세 K-팝 아이돌이자 해적선의 선장인 신인호의 여정은, 한국과 캘리포니아를 잇는 역사적 교역로로서의 바다를 물리적·상징적 실로 엮어, 무역과 여행,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을 관통하는 맥락을 드러낸다. 이 프로젝트는 나이듦, 문화적 기억, 그리고 태평양 연안의 해상 교역로에 각인된 신화들을 다층적으로 사유한다.

이번 작업은 미국과 한국의 여러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월드빌딩 프로젝트 ‘신인호’ 시리즈의 일부다. RIP space에서의 《신인호 도킹》은 선창(船倉)과 도크의 시각적 상징에 초점을 맞춘 버전으로, 애니메이션·조각·사운드·텍스트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를 결합해 신인호의 여정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홀로그램 팬과 3D 애니메이션은 관객을 신인호의 세계로 이끌어 들이는 전이적 시각 장치로 기능하며, 얄루의 실제 할머니의 신체와 가정을 3D 모델로 반영해 노화·부식·변형의 주제를 환기한다.

모듈러 건축자재로 제작한 목판 기둥 조각은 동아시아 항구에서 길운을 비는 목적으로 전통적으로 도크에 세워졌던 제단을 참조하며, 여기서는 신인호의 상상적 세계를 위한 가상의 신전(神殿)으로 작동한다. 사운드스케이프와 텍스트 요소는 시각적 여정을 보완하며 과거·현재·미래의 시간대를 촘촘히 엮어낸다.

얄루는 이 몰입형 설치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영역의 접점을 가시화하고, 태평양 연안 해상 교역로의 신화적 지층을 재소환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는 기억과 이주, 그리고 세대를 잇는 깊은 유대에 관한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명상을 제안한다.

《신인호 도킹》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신화적인 다층적 서사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얄루의 작업은 친밀한 기억을 장수(長壽), 기술 발전, 고대의 영적 실천, 그리고 태평양 지역의 상호연결된 역사에 대한 보편적 성찰로 변환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