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 〈베르팅커〉, 2022, 비디오로 변화된 16mm 필름, 컬러, 사운드, 스테인리스 스틸, 7분 30초. ©한우리

한우리는 오래된 사물과 먼 이야기가, 안착하는 시간에 따라 새로워지는 일에 관심을 둔다. 그러니 작가에게 필름은 단지 지난 시절의 매체가 아닌, 과거라는 시간을 지닌 구체적인 매개체다.

〈베르팅커〉는 세상에 딱 하나 있던 곤충 별자리인 '파리'를 대신했던 이름으로, 영상에서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유일하게 신화가 없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베르팅커'라는 사라져버린 이름과 부재한 신화를 필름이라는 물질과 겹쳐 상상한다.

영상이 지닌 독특한 질감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필름으로 변환한 것을 다시 디지털화 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매체의 변환과 뒤얽힘과 파리에 대한 상상된 신화는 오늘날 필름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음을 은유한다. 작가에게 필름은 베르팅커가 그랬듯 보이지 않는 시간을 묶어 새로운 시간으로 인도하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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