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uvial》 전시 전경(문래예술공장, 2022) ©박혜인

전시 《Diluvial》는 인간의 죄악에 분노한 신이 대홍수로 인간을 벌한 뒤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는 신화적 전제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야기의 증거이자 결과로 존재하는 땅속 화석을 유리로 표현해 생명과 죽음,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고자 한다. 전시장인 이곳은 죽은 생명체의 흔적인 화석을 보존하는 공간이면서, 물에 침수하여 살아있는 것이 다시 탄생하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신화를 증명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그리고 유기체와 조응하여 땅에서 자라난 광물로 여겨졌던 화석을 유리로 만들고 그것이 무엇인지 궁리했던 과거 사람들의 마음을 빌어 이곳을 보고자 한다.

《Diluvial》 전시 전경(문래예술공장, 2022) ©박혜인

빛과 유리를 주요 미디어로 작업하는 작가 박혜인은 유리 - 생명 - 테크놀로지 사이에 있는 자신의 관심사를 연구하고 표현하고자 하며, 유리를 주제로 생명과 디지털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현실 유리와 디지털 유리를 매체로, 물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환경설정에 관심이 있다.

하나의 스크린으로써 유리를 바라보고 유리의 표면이 동시대에 어떤 연결로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으며, 정지했지만 한때 정지하지 않았던 물질로부터 살아있음과 움직임을 되돌이키고자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