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영, 〈KIN거운 생활: 쉘터에서〉, 2021, 비디오 게임(유니티 엔진에서 제작), 1 프로젝션 스크린, 마우스, 플레이타임 15-480분 ©안가영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이하 꿈자람)은 성북구립미술관 분관으로 개관한 자치구 최초의 공립 어린이미술관이다. 어린이를 주요 향유 대상으로 하되, 가족 단위 관람객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모두의 미술관을 지향해왔다. 꿈자람은 매 전시마다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을 연결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0년 《DMZ 생태전: 뚜루루 쮸쀼쮸쀼》에 이어 2021년 상반기에는 《이리듐 에이지: 새 친족 만들기》(IRIDIUM AGE: MAKING NEW KIN)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이리듐(Iridium)’은 스마트폰, 태블릿PC, 평면TV 등 디지털 기기의 핵심 부품인 LED의 원료로, 이 물질의 이름을 차용한 ‘이리듐 에이지’는 디지털 기반 가상세계의 총체적 상징이자, 우리가 이미 진입한 새로운 세계를 암시하는 메타포로 작동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하게 가속화된 비대면 환경 속에서 현실과 가상이 복잡하게 뒤섞이는 ‘혼돈의 메타버스’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부제 ‘새 친족 만들기’는 인간과 과학기술의 상호 침투로 인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시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이로 인해 혼인과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친족(Kin)’ 개념 역시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는 생물학자이자 과학자, 페미니스트인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저서 『사이보그 선언』(1985)과 『반려종 선언』(2003)에서 제기한 주요 개념들이며, 안가영 작가의 작품 〈KIN거운 생활〉에 깔려 있는 이론적 배경이자 이번 전시의 주제적 핵심이기도 하다.

《이리듐 에이지: 새 친족 만들기》 전시에는 가상공간과 게임아트 기반의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안가영 작가의 영상, 설치, 게임아트 작품이 다수 소개된다. 관람객은 전시연계 워크숍을 포함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 ‘나는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호감과 비호감이라는 구분 너머에서 ‘새로운 친족’에 대한 정의를 재고하도록 제안한다.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들과의 공존 가능성을 가상 체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모색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전례 없는 전환기에 마주한 다양한 철학적 문제들을 새롭게 성찰해보게 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