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Double Feature》, 2023.09.14 – 2023.12.17, 율리아 슈토쉑 파운데이션 (뒤셀도르프, 베를린)
2023.09.10
율리아 슈토쉑 파운데이션 (뒤셀도르프, 베를린)

Exhibition
brochure © Julia Stoschek Foundation
2023년 9월부터 율리아 슈토쉑 재단(Julia Stoschek Foundation)은
베를린과 뒤셀도르프 공간에서 동시에 열리는 신진 작가 개인전 시리즈 《DOUBLE FEATURE》를
새롭게 선보인다.
첫
회의 주인공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탁영준으로, 그는 최근작 두 편 〈사랑스런 일요일 되길 바라〉(2021)와 〈Wohin?〉(2022)를
전시장에서 반복 상영한다. 모두 베를린에서 촬영된 이 두 작품은 장소,
건축, 움직임, 믿음이 공동체와 퀴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사랑스런 일요일 되길 바라〉(2021)는 베를린의 교회 Kirche am Südstern과 퀴어
클럽 SchwuZ라는 두 장소를 병치한다. 작가는 두 명의
안무가와 두 명의 무용수를 초대해 각각의 공간을 위한 새로운 안무를 창작하도록 의뢰했고, 각각에게 바흐의 4핸즈 피아노곡을 배정했다. 며칠간의 리허설과 안무 완성 후, 두 팀은 사전 고지 없이 서로의 장소를 바꿔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무용수들은 전혀 다른 건축적 특성과 분위기를 가진 공간에 즉흥적으로 안무를 적용해야 했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종교적 실천과 클럽 문화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계가 공존할 가능성을 제안한다.
탁영준은
교회와 클럽이 서로 다른 공간처럼 보이지만, 의례와 규범, 태도가
공간의 기능과 긴밀히 얽혀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지닌다고 본다. 〈사랑스런 일요일 되길 바라〉에서는 인물들의 신체적 존재감과
주변 공간을 탐색하는 방식이 각 장소의 의미를 전복시키고, 표면 아래 숨겨져 있던 긴장을 드러낸다. 특히 교회에서의 장면에서는 두 인물이 기둥과 제단 주변을 맴돌며 서로를 바라보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통해 욕망과
갈망, 금지와 거부의 감정을 은근히 표현한다.
〈Wohin?〉(2022)은 독일어로
“어디로?”라는 뜻을 지니며, 베를린 인근 아우토반을
달리는 차량의 사이드 미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상이다. 각 차량의 백미러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매달려
있는데, 기독교 묵주와 불교 염주, 독일의 전형적인 방향제인 ‘분더바움’까지 등장한다. 백미러에는
차량 뒷좌석에서 벌어지는 장면들도 비춰지는데, 창밖을 바라보거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남성, 혹은 두 남성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다. 탁영준은 촬영 전
배우들과 독일 아우토반이 지닌 여러 층위—제3제국 시기의
이데올로기적 프로젝트, 국가 인프라의 상징, 하이퍼마스큘리니티의
상상 공간, 퀴어 크루징의 장소—에 대해 사전 논의를 진행했다.
이
다층적 측면은 사운드트랙을 통해 더욱 강조된다. 베를린 대성당 오르가니스트 안드레아스 질링(Andreas Sieling)과 영국의 카운터테너 팀 모건(Tim
Morgan)이 협연한 이 사운드트랙은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전설적인 곡
〈Autobahn〉(1974)을 재해석한 것이다. 7,000개가 넘는 파이프, 그중 일부는 1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오르간을 연주하는 질링의 역동적 연주 위로, 모건은 “autobahn”이라는 단순한 가사를 유연하고 높은 음역으로 반복한다. 이는
기계적이고 군국주의적 리듬의 오르간과 대조되며, 아우토반이라는 공간이 지닌 이데올로기와 정동을 동시에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