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i Perry, Missings: From Baikal to Heaven Lake, from Manchuria to Kailong Temple, 2024, Installation view © Westfälischer Kunstverein

무니 페리 개인전 《Missings: From Baikal to Heaven Lake, from Manchuria to Kailong Temple》이 독일 뮌스터에 위치한 베스트팔리셔 쿤스트페어라인에서 개최된다.

“잃음으로써 창조하기(creating by losing)”라는 무니 페리(Mooni Perry)의 말은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누던 순간부터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다. 당시 우리는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 역사의 계승과 전유, 그리고 어떤 서사도 완전히 묘사될 수 없다는 통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나의 텍스트, 철학, 신화, 실천 혹은 개념은 항상 당대의 특정한 맥락에 따라 변화를 겪기 마련이며, 이로 인해 수많은 변주가 발생한다.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난 무니 페리는 이번 베스트팔리셔 쿤스트페어라인 전시에서 이러한 변화들을 도가 사상의 관점에서 추적한다. 이는 문화, 커뮤니케이션, 철학의 모든 형태가 궁극적으로 다른 것으로부터의 전유를 통해 발생했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통적으로 확립된 기원 서사보다는, 도가 사상이 불교와 유교와 긴밀히 얽혀 있으며, 지리적·문화적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는 사실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오늘날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도교가 정치적으로 전유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무니 페리는 중국, 대만, 독일을 몇 개월에 걸쳐 여행하면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Mooni Perry, Missings: From Baikal to Heaven Lake, from Manchuria to Kailong Temple, 2024, Installation view © Westfälischer Kunstverein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영화 〈Missing〉(2024)은 소속감이라는 개념을 반추하며, 오직 외부의 시선을 통해서만 발생하는 변환의 순간에 대한 인식을 탐색한다. 〈Missing〉은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왜곡되고 이상화된 인식과 함께 나타나는 ‘서양에 대한 동경’을 ‘동양에 대한 동경’과 대비시킨다. 패권적인 역사서술과 기억 문화의 맥락 속에서 ‘진정성’과 ‘독창성’이라는 개념이 해석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무기가 되었을 때, 이 영화는 ‘진실한’ 또는 ‘거짓된’ 서사를 가정하지 않는 하나의 스냅숏으로 응답한다. 오히려 이 영화적 서사는 세상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다르게 보이기도 하며, 실질적인 진실은 여러 관점이 공존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지도를 상상하며 정신적으로 겹쳐 그린 하나의 좌표계를 가리킨다. x축은 현재 러시아 영토인 바이칼 호수—샤머니즘과 깊이 연관된 지역—에서부터 중국과 북한 국경의 백두산 천지까지, y축은 중국, 러시아, 몽골의 현재 국경이 교차하는 만주 지역에서부터 대만 타이난의 카이롱 사원까지 이어진다. 이때 ‘현재의’라는 시간적 수식어는 본 전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 역사적·문화적 지형은 수세기 동안 수많은 점령과 재해석을 겪었고, 이는 동아시아의 우주론과 문화 기술의 되돌릴 수 없는 상실로 이어졌다.

무니 페리는 특히 오늘날의 시점에서 ‘동아시아’라는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주목한다. 이는 수많은 단절로 점철된 역사와 더불어, 중국, 일본, 남북한, 대만을 연결하는 문화적·역사적·철학적 전통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전시장 로비에는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하나의 오브제가 있다. 정교하게 장식된 종이집은 나무 의자 위에 놓여 있으며, 세 층 구조 안에 일곱 명의 신이 모셔져 있다. 이 신들은 타이난에 위치한 카이롱 사원에서 모시는 존재들이다. 음력 7월 7일, 이곳에서는 일종의 성인식이 열리는데, 어머니들은 열여섯 살이 가까운 청소년 자녀들과 함께 사원을 찾아 성인이 되는 것을 축복받는다. 이후 이 종이집은 불태워지며, 미래에 대한 기원이 연기로 퍼지고 그 흔적이 사원 벽에 그을음으로 남는다.

이 종이집은 하나의 가설적 서사와도 연결되어 있다. 전시장의 유리 파사드 너머, 외부에서도 볼 수 있는 전시장 벽면에는 실물보다 크게 표현된 인물 형상이 있다. 이들은 무니 페리가 장한원(Hanwen Zhang)과 2020년에 공동 설립한 아시아 여성주의 미술 및 리서치 스튜디오(Asian Feminist Studio for Art and Research)의 구성원들이다. 이 플랫폼은 이후 다성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하였고, 매주 열리는 온라인 모임을 통해 전 세계의 참여자들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 또한 그러한 활동 중 하나로 실현되었다. 이 가상의 인물들이 입은 의상과 화장은 AFSAR 구성원들의 사주팔자(Ba-Zi, 동아시아 점성술에서의 사주팔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무니 페리가 정체성이라는 개념을 되짚으며 ‘퍼즐’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이는 영화 〈Missing〉에서 다섯 개의 프로젝션 채널로 나뉘는 방식으로 형식적으로 구현된다. 각 장면, 장, 시퀀스는 종종 이질적으로 조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서사 전략과 이미지 병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세계를 창출한다. 어떤 장면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반복·분할되어 제시되고, 다섯 명의 인물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에서는 서로 다른 전기와 지리 사이의 연결이 구축된다. 하나 또는 두 개의 프로젝션만 겹치는 장면에서는 특정한 대화에 집중하게 되고, 호텔 침대에 누워 글을 쓰는 한 인물의 모습과 함께 중국 샤먼과 대만 진먼의 국경 영상이 나란히 병치되며, 개인의 삶은 거대한 역사적·정치적 서사 속에 위치된다.

〈Missing〉은 관람객을 공적/사적, 실제/허구, 외부/내부, 종교/무신론, 이익/손실과 같은 이분법을 거부하는 수많은 중간 지대로 이끈다. 오히려 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호연결성과 맥락을 허용한다. 이러한 태도는 연출 방식에도 반영된다. 대본과 설정은 존재하지만, 배우들은 이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처음에는 파편화되고 분산된 것처럼 보였던 장면들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다시 하나로 수렴된다. 샤먼의 점괘, 점쟁이의 조언, 충칭의 사원에서의 사랑을 기원하는 기도 등 방향을 찾기 위한 여정은, 결국 베를린의 아파트에서 AFSAR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나누며 재회하는 장면에서 잠정적인 귀결을 맞는다. 관두사원에서 받은 메시지—“잃어버린 것을 찾게 될 것이다(You’re going to find what you’ve lost)”—는 손실이 새로운 시작과 예상치 못한 연결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무니 페리가 제시하는 하나의 가능한 답이기도 하다. 바로 “잃음으로써 창조하기(creating by losing)”라는 표현으로 말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