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카와 오졸(Kawah Ojol)》, 2024.11.16 – 2025.01.05, ROH Projects (자카르타)
2024.11.16
ROH Projects (자카르타)
Installation view © ROH Projects
ROH
Projects는 현남의 개인전 《카와 오졸》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진행된 ROH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결과로 기획되었으며, 인도네시아 현지 조사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인도네시아의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화산 지형이라는 두 상반된 듯하면서도 긴밀히 연결된 삶의 양상을
탐색하며, 이들이 공유하는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주목한다.
1990년
고양에서 태어난 현남은 조각적 실험과 연금술적 프로세스의 교차점에서 작업을 전개해왔다. 그의 작업은
화학 반응을 통해 물질이 변화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하며, 산업적 소재와 유기적 형상이 모호하게 뒤얽힌
풍경을 만들어낸다. 에폭시, 제스모나이트, 폴리스티렌 등의 현대적 재료를 전통적 기법과 결합하여 구현한 조각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지형을 연상시킨다. 이 풍경들은 도시적 삶의 불확실성을 응축된 형태로 드러내는데, 녹아내린
합성 폼이 굳은 덩어리로 응고되거나, 레진이 삶을 가진 유기체처럼 팽창하고 끓으며 갈라지는 형상은 마치
식은 마그마와도 같다. 이는 자연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자연의
물리적 과정과의 대화를 통해 지표면을 끊임없이 재형성하는 힘들을 환기시키는 시도다.
Installation view © ROH Projects
전시장에 설치된 조각
및 설치 작업들은 형태와 붕괴의 경계에 놓이며, 중력, 용융점, 전자파와 같은 보이지 않는 힘들에 의해 가까스로 지탱된다. 현남의
물리적 여정을 담은 현장 음향이 시각적 조형들과 중첩되어, 하나의 음향적 풍경으로 전시장을 채운다. 이 작품들은 현대 노동의 불안정성과 네트워크 기술이 주도하는 경제의 비가시적 메커니즘을 물질화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의 주요 매체
중 하나인 황(sulfur)은 극도로 민감한 물리적 특성을 지닌 동시에, 자기장의 힘을 통해 형태를 구축하는 도구이자 비유로 작동한다. 《카와
오졸》은 지질학적 단층 인근에서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의 불안정한 삶을 호출한다. 이들이 겪는 일상은
예측 불가능한 지진 활동의 그림자 아래서 지속된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이러한 불확실성의 조건들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며, 물질과 노동, 풍경과 기술이 얽힌 동시대의
조건을 섬세하게 성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