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Mire Lee: 《Carriers》 at Tina Kim Gallery (September 15 - October 22, 2022) ©Tina Kim Gallery

작가 이미래가 티나킴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캐리어즈》을 선보인다. 2020년 한국 아트선재센터와 2021년 베를린 쉰켈 파빌리온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업을 미국 대륙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전시장 앞 공간에는 작가의 어머니가 등장하는 영상이 투사된다. 이 영상은 하나의 거대한 모놀리식 형태 위에 걸쳐져 있으며, 미끄러운 커튼과 함께 다양한 회색조의 조각 캐스트들이 배치된다. 이 조각들은 일상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기능을 지닌 사물들을 본떠 제작된 것이다.

공간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래 특유의 준-생체적 형태를 띤 ‘캐리어즈’가 더럽고 미로처럼 얽힌 중고 콘크리트 몰드 벽 뒤에 숨겨져 있다. 이들은 투석 치료나 산업용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순환 펌프 시스템을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뿜어낸다. 살색을 띤 이 액체는 기다란 탱크에 모였다가, 다시 캐리어즈의 끝없는 순환과 되새김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토해낸다.

이미래 작업에서 중요한 참조점은 ‘보어(vore)’라 불리는 페티시다. 이는 자신과 타자 사이의 경계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욕망의 대상을 삼켜 없애고자 하는 불가능한 충동을 동반하며, 극단적인 폭력을 수반한다. 《캐리어즈》는 이러한 욕망과 폭력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신체의 일부나 익숙한 무엇을 연상시키는 뿜어내는 공동(cavity)들을 통해 불완전하고 타협하지 않는 부분성을 제시한다. 그 형태는 단일하고 명확한 실체로 고정되지 않으며, 모호한 생물적 상징을 유지한다.

이미래는 2022년 MMK 프랑크푸르트와 쿤스트뮤지엄 덴하흐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을 포함한 주요 국제 무대에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