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나의 작업에서 일상적인 사물은 새로운 형태로 변모한다. 의자, 선풍기, 램프, 침대와 같은 물건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금속 구조 속에 배치되며, 평범한 사물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스테인리스 스틸 튜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뒤틀리며,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미로 같은 조각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요나의 장소특정적 작업은 그것이 놓인 공간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한다.


The Artist © Yona Lee

이요나는 2016년 무렵부터 튜브 형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태어난 한국과, 11살에 이주해 성장한 뉴질랜드 사이의 차이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요나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간 속을 이동하는 소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 개념이 공간을 이동하는 ‘몸’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말한다. “오클랜드와 서울에서 살아보며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공간의 밀도였습니다. 기차나 자동차, 비행기 같은 다양한 교통 시스템이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바꾸는지, 또 기술이 경험을 얼마나 압축하고 평평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요나는 서울 곳곳에서 튜브 구조를 발견했다. 지하철 손잡이와 버스 손잡이 같은 대중교통 장치들뿐 아니라, 가정 공간에서도 수건걸이와 침대 구조 등에서 그 형태를 발견했다. 그는 말한다. “그 구조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보편적인 특성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그는 이 재료가 지닌 물리적 특성에도 주목했다. “아주 강한 재료지만 열을 가하면 매우 유연하게 변형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죠. 얇고 작은 구조가 되면 하나의 오브제가 되지만, 두꺼워지면 건축 규모로 확장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가능성의 범위가 정말 넓습니다.”


이요나, 〈시계 인 프랙티스〉, 2023, 시계, 스테인리스 스틸, 40 x 68 x 23 cm © 이요나

어린 시절 클래식 첼로를 배운 경험 또한 이요나의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금속 구조는 악보와 같고, 그가 이를 사용할 때마다 만들어내는 해석은 음악가가 이미 쓰인 선율을 감정을 담아 연주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이요나는 말한다. “저는 반복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퍼포먼스라는 개념과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곡을 수없이 연주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변화와 해석의 아름다움이 존재하죠.” 그는 이어 이렇게 덧붙인다. “그런 태도와 연습 방식이 제가 프로젝트를 생각하는 방식에 분명 영향을 미칩니다.
 
“악보의 지시를 따르지만, 동시에 자신의 해석을 가져올 수 있죠. 작곡가와 연주자가 공존하는 관계가 저는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간을 중립적인 배경으로 다루기보다, 작업이 공간과 함께 공존하도록 만드는 접근을 취합니다.”
 
이요나의 일부 작업에는 관객을 향한 암묵적인 초대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의자는 관람객에게 앉아보라고 유도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요나는 관객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를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관람객이 작업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흥미롭게 관찰해 왔다.


이요나, 〈램프〉, 2023, 스테인리스 스틸, 램프, 46 x 48.5 x 37.5 cm © 이요나

그는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과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것은 흔히 말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는 ‘기능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기관에서 종종 이런 메모를 보내오곤 합니다. 아이들이 침대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 안에서 쉬거나 이야기를 나눈다고요. 반면 상업 갤러리에서는 사람들이 훨씬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편입니다.”
 
2025년 멜버른 아트 페어를 위해 이요나는 뉴질랜드 작가 렌 라이의 키네틱 조각에 반응하는 새로운 작업을 제작했다. 그는 말한다. “그의 작업에서 움직임을 사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마치 음악과도 같아요. 도입부가 분명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보입니다. 어디에서 클라이맥스가 오는지도 분명하죠.”


《이요나》 전시전경 © 시드니 파인 아츠

이 조각 작업은 약 15미터 규모로 펼쳐지며, 튜브 구조를 기반으로 로봇 청소기, 선풍기, 온열 랙과 같은 ‘스마트 홈’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의 미묘한 움직임을 연쇄적으로 활성화한다. 이요나는 말한다. “이전 작업에서도 기능적인 오브제들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 요소를 렌 라이의 작업과 연결해 발전시키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았습니다. 결국 그것은 이런 오브제들의 움직임을 일종의 큐레이션, 혹은 작곡처럼 구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스마트 기기들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허브나 휴대폰으로 간단히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잖아요. 그 지점이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이요나는 현대적 삶의 딜레마를 드러낸다.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하는 오늘의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 자신 일부를 포기하게 된다. 그는 말한다. “기술이라는 개념에는 늘 이런 이중성이 있습니다.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장치들이 있지만, 항상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대가로 내주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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