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은 동양화의 전통적
문법을 기반으로, 로고, 픽토그램, 사진, 영상,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시각언어를 병치하며 자신만의 조형어법을 구축해왔다. 초기
작업 Kleenex Landscape(2003)에서는 일상 사물인
티슈갑 위에 산수화를 그려 넣음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접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했다. 이처럼 그는 평면의 회화적 언어에 개입하거나, 전통의 틀을 재구성하는
실험을 통해 고정된 매체의 경계를 허문다.
〈픽톤 파라다이스〉(2004), 〈그림자 호수〉(2005)에서는 병풍이라는 동양화적 형식을
차용해 다중 이미지와 서사를 수용 가능한 구조로 활용했다. 병풍은 단순한 회화적 지지체를 넘어, 회화·조각·설치·영상을 통합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사건의 파편적 조각들을
조형적으로 엮는 서사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확장은 이후 《YOU,
Live!: 12개의 문고리》에서 연극-전시라는 다매체적 플랫폼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전시 《YOU, Live!: 12개의 문고리》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역사적 재난을 엮은 12개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스크립트, 드로잉, 사운드, 영상, 아카이브, 조각을 유기적으로 엮은 복합 설치로 구성된다. 이처럼 박윤영은 특정
서사를 하나의 매체에 종속시키지 않고, 공간적 감각과 시간의 다층적 흐름 속에 해체하여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시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직조한다.
《익슬란 스탑》에서는
환각 식물(페요테, 짐슨위드, 싸일로싸이브)을 형상화하여, 총기나
유조선과 같은 물리적 방아쇠를 덮고 자라나는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이는 전통 수묵화의 생장과 번짐,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조형적 상징을 빌려, 비극적 사건의 전환과
치유를 시각적으로 제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