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Soft Robot》, 2025.06.20 – 2025.12.31,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덴마크
2025.06.20
코펜하겐 컨템포러리, 덴마크
Installation view © Copenhagen
Contemporary
왜 우리의 기술은 이토록 많은 희망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까? 급진적인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은 늘 유토피아적 꿈과 종말론적
예언이 뒤섞인 구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예술은 이 대화의 중심에 있다. 최근 들어 ‘로봇’은
실험적인 형태로 다시 현대미술 속에 등장하며, 기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의 변화를 신호하고 있다.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에, 기술적 유토피아는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 혁명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인공지능, 합성생물학, 양자컴퓨터와
같은 기술들은 이미 디지털 정체성 — 즉 우리가 소셜 미디어 상에서 구축하며 거대 기업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넘겨주는 ‘가상 자아’ — 이 일상이 된 문화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근대성을 규정짓는 핵심적인 문화적 드라마 중 하나이며,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그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Soft Robot》은 15명의 작가 및 작가 듀오의 작품을
소개한다. 각기 다른 예술적 시각에서 그들은 새로운 기술 생태계 속의 삶을 탐구하며,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신기술을 활용했든, 혹은 그렇지 않든, 이 작품들은 시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탐색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비판적 시선으로, 참여 작가들은 도플갱어, 디지털 아바타, 유혹적인 기계들 사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숨결’과 ‘영혼’을 찾아 나선다. 이들은 모두 예술이야말로 사유를 위한 독자적인 공간임을
주장한다.
Installation view © Copenhagen
Contemporary
참여 작가 중 일부는 ‘자연과 인공’이라는 서구적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 범아시아적 문화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많은
신(神)과 수평적 위계를 지닌 신토(神道) 사상은 모든 존재, 심지어
로봇에게도 영적 본질이 깃들어 있다는 관념을 전제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이러한 서로 다른
인식의 위치들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전시의 개념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격변이 시작되던 1843년에 쓴 동화 ‘나이팅게일(The
Nightingale)’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이야기에서 황제에게 큰 기쁨을 주던 ‘진짜’ 나이팅게일은 어느 날 ‘기계
새’로 대체된다. 궁정의 모든 이들이 완벽한 노래를 부르는
황금색 새를 찬미하지만, 결국 그 기계 새가 고장 났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나이팅게일이 돌아와 자신의
영혼이 담긴 노래로 황제의 생명을 구한다. 이 이야기에서 ‘기계의
노래’에는 영혼이 없다.
안데르센의 이 이야기에 담긴 주제들은 오늘날의 현대미술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기술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데 핵심적인 단서가 된다. ‘도플갱어’는 스스로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로봇’은 우리가 미래로 가져가는 마법적 사고의
대상이 된다. ‘노래’와
‘목소리’는 ‘진정한 자아’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숨결’은
생과 사의 경계를 가르는 지점에 놓여 있다. 오늘날의 ‘거울
세계’ 속에서, 영혼은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 전시에는 국제적인 예술가 Joan
Heemskerk, Alice Bucknell, Martyna Marciniak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Arts at CERN과
Copenhagen Contemporary 간의 협력 프로그램인 Collide 레지던시(2023–2025)의 일환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