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chul Kim, EFFULGE, 2012-2014, Acrylic, Glass, Aluminum, Photonic Crystal, Neodymium, Motor, Computer, Electronic Micro Controller, Electromagenticfield Generator, Muon-detector, Air Pump, dimensions variable © Yunchul Kim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젊은 작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들의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작가 개인전을 정기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그 다섯 번째 기획으로, 2016년에는 유체역학의 예술적 잠재성과 메타물질, 전자 유체 역학을 활용한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윤철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김윤철 작가는 그 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며 최근에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주최하는 2016 Collide International Award에서 수상하였다.
 
이번 전시 제목 《몽환포영로전(夢幻泡影露電)》은 꿈, 환상, 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라는 무상의 대표적인 물질의 이미지들을 의미한다. 또한 고정된 상(像)이 없는 덧없음을 뜻하는 무상은 경계 없이 출렁이는 세계의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떠한 사물도 세계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으며 세계와의 끝없는 내적 작용(intra-action)의 출렁임을 멈추지 않기에, 그 출렁임은 우리에게 한 번도 인식되지 않은 - 다시 말해 아직 사물로 되지 않은 것들마저 얽혀 있는 거대한 존재론적 지평 위로 우리의 사유를 연루시킨다.
 
이러한 ‘되어지는 사물들(things thinging)’의 세계에서 실재와 사물은 자기 고유의 물질성을 통해 현상 안에서 드러난다. 실재(reality)의 어원인 라틴어 ‘res’가 사물(things)을 뜻하기도 하는 것처럼 사물과 실재는 하나의 동일한 과정 위에 놓인 사건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Yunchul Kim, TRIAXIAL PILLARS, 2010 – 2011 Glass Cylinder, Aluminum, Photonic Crystal, Neodymium, Motor, Computer, Electronic Micro Controller, Electromagenticfield Generator, Air Pump Dimensions variable © Yunchul Kim

이번 전시에서는 9 미터의 벽면에 설치된 미세역학적 장치로 구성된 신작 〈캐스케이드(Cascade)〉를 비롯하여 〈트리엑시얼 필라스(Triaxial Pillars)〉(2010-2013), 〈플레어(Flare)〉(2014), 〈화이트아웃(Whiteout)〉(2014)과 같은 플루이드 키네틱 작품들과 〈오케이(oK)〉(2007) 등의 설치 작품, 그리고 스케치와 드로잉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장의 출렁이는 유체, 쏟아지는 입자들, 식물의 성장처럼 느린 물질의 하강, 경계가 사라지는 미세관의 흐름, 출렁이는 유체의 경계면 그리고 마치 유기체처럼 연결된 기계와 장치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의 운동과 힘의 경험들을 생경하게 만들며, 질료와 형상, 기표와 기의 그리고 상징과 은유 등 세계를 개념과 언어로 포획하려는 우리의 사유를 끊임없이 유동하는 물질들 안으로 액화시킨다. 
 
작가가 전시장에서 보여주는 언어와 상징으로부터 물질로의 전환(material turn)은 우선 가치와 용도, 개념과 의미 그리고 표상과 상징으로 구성되는 물질세계(material world)로부터 질료와 그것의 실재로의 물성이 얽혀있는 물질들의 세계(world of materials)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의 지평 위에서 물질들은 우리에게 바슐라르가 이야기하는 ‘물질적 상상(l’imagination matérielle)’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언어로 파악되기 이전의 징후적인 것이기에, 여기서 실재란 상징과 은유로부터 끝없이 미끄러질 뿐이다. 즉, 물질적 상상력은 우리를 물질적 실재(Mattereality)의 망으로 끌어들여 물질에 대한 사변적 혹은 본질적 차원의 의미를 탐색할 기회를 준다. 이러한 바라보기는 세계와의 연기(緣起/dependent co-arising)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것은 밤의 꿈이 아닌 깨어있는 몽상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