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 Moka Lee

이목하가 그리는 청춘의 이미지는 모바일 화면과 소셜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다. 한국에서 Z세대 초기에 태어난 그는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2010년대 초반 출생의 세대(알파 세대)와는 다른 경험을 지닌다. 이목하는 청소년기에 모바일 문화와 마주하기 전, 비모바일 인터넷 환경을 먼저 경험한 세대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탐구해온 그의 작업은 2024년 내내 새로운 주목을 이끌어냈다. 올해만 해도 그는 제이슨 함과 함께 프리즈 서울에 참여했으며, 카를로스/이시카와와 함께 아트 바젤과 프리즈 런던에 참가했다. 해당 갤러리는 내년 1월 영국에서 그의 첫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사람들이 올리는 사진 속 의도적인 요소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아트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 대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구도나 배경, 포즈, 표정 같은 직관적인 장치들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구성된 것들이죠.”


이목하, 〈자아 기능 오류〉, 2022, 면에 유채, 180.2 x 144.4 cm © 이목하

〈자아 기능 오류〉 (2022)에 등장하는 젊은 커플은 이러한 역학을 잘 보여준다. 이전 세대의 앨범 속 기념비 앞에 나란히 서서 찍은 신중하게 보관된 커플 사진과는 달리, 이 이미지에서는 젊은 여성의 얼굴이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캐주얼한 옷차림이지만 세심하게 연출된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통해 그는 자연스럽고도 세련된 분위기를 드러낸다. 전경에서 팔을 뻗어 셀피 모드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남성은 얼굴이 화면 밖으로 절반쯤 벗어나 있는데, 이는 그가 여성 동반자의 자기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한 일종의 소품에 불과함을 암시한다. 이목하는 이러한 장면을 제목으로 요약한다. “자아가 큰 변화를 겪는 순간, 이를테면 젊은 개인이 감정적 소유를 통해 느끼는 소유감이나 충만감과 같은 감정을 포착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작가 자신의 세대를 반영한 자화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목하는 이 연작에서 다양한 삶의 단계에서 연출된 기념적 순간들을 다루기 위해 보다 의도적으로 참고 이미지를 선택한다. 촛불이 꽂힌 케이크, 꽃다발, 아이를 다정하게 안고 있는 남편, 미소 짓는 아내 등의 장면은 모두 개인의 자아가 의도적으로 타인 혹은 낯선 시선에 노출되는 순간을 환기한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자신의 이해에 맞게 변형하는데, “원하는 감정의 강도에 맞추어 색을 조정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필요한 소품을 제거하고, 또는 초점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을 크롭”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Karma》 전시전경 © 제이슨함

이목하의 레트로 사진 스타일 회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회화를 하나의 매체로 두고 재료와 기법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작품 속 감정이 층위적으로 겹쳐 있듯, 그의 기법 역시 단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종이에 그린 수채화처럼 보이는 화면은 사실 면에 유채를 사용한 결과다. 이목하는 종이의 건조한 질감에 대한 집착이 고등학교 시절,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당시 수많은 드로잉 과제를 위해 제작된 종이 작업의 균일하고 얇은 표면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현재 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 그는 화면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고운 면 캔버스를 선택하고, 주걱을 사용해 젯소를 강하게 눌러가며 얇게 펴 바른다. “마르면서 한 겹의 막이 형성되는데, 이는 종이의 펄프가 건조되며 만들어지는 표면과 유사해요.”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 위에 유화를 올리면 젯소가 매우 얇기 때문에 물감이 흡수되고, 캔버스의 균일한 표면 덕분에 물감의 빛 밀도가 그대로 드러나요.” 전업으로 작업하더라도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약 한 달이 소요된다.


이목하, 〈환각 케이크 04〉, 2023, 면에 유채, 155 x 155 x 4 cm © 이목하

〈환각 케이크 04〉 (2023)의 색채 팔레트에서는 이러한 정교한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카메라 플래시가 반사된 듯한 밝은 백색 영역은 조개껍질처럼 은은한 광택을 띠는 깊고 어두운 색조와 대비를 이룬다. 이에 대해 작가는 “동양화의 여백이나 드로잉에서 가장 밝은 부분을 비워두는 방식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어 “투명함과 층위를 만들어내기 위해 색을 얇게 쌓아 올리고, 각 층이 완전히 마른 뒤 다음 층을 올린다”고 말한다. 그 결과, 청록색이나 보라색과 같은 차가운 기저 색조는 대상에 대한 초기의 정서적 거리감을 드러내는 반면, 노랑과 빨강 등 따뜻한 색조를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리는 과정은 시간이 흐르며 형성되는 친밀감을 암시한다.

이목하의 회화는 다른 작가들의 작업과의 관계 속에서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4년 3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 《능수능란한 관종》에서 그는 〈눈물의 표면장력 06: 낸 골딘의 성적. 종속의 발라드〉 (2024)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미국 사진작가 낸 골딘의 〈얻어터진 한 달 후의 낸(Nan One Month After Being Battered)〉 (1984)에 대한 오마주이다. 이 작업에서 이목하는 멍든 듯한 창백한 얼굴,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배경의 실크처럼 매끄러운 패턴의 남색 커튼 사이의 대비를 강조한다. 이러한 대상 선택은 동시대 한국 사회를 넘어서는 미술사적 계보에 대한 작가의 근본적인 관심을 반영한다.


이목하, 〈Zoom Out 2: The Ideal City〉, 2024, 면에 유채, 181 x 259 cm © 이목하

이목하는 작업을 하는 동안 완성된 작품들을 작업실에 함께 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마지막 색을 올리기 전까지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된 작업을 바라보면 그 과정의 기억이 떠오르고, 마치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최근 그는 사무실 건물과 공장이 밀집한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량리에 높은 천장의 작업실을 마련했다. 창밖으로는 밤새 가동되는 의류 공장의 불빛이 반짝인다.

수줍지만 단단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매번 그림은 여전히 새롭고 고통스럽지만, 이 고민과 고통을 조금 더 오래 짊어지고 싶어요.” 꺼지지 않는 공장의 불빛처럼, 이목하의 작업 역시 언제나 계속되고 있다.

References